예술과 패션의 관계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by 브레첼리나


처음 쿤스트 아카데미(독일 미대)에 들어갔을 때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자유로운 듯 보였다. 우선 겉모습부터 "나는 예술가야!"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흔한 패션은 집시 스타일이었다. 긴 레게머리에 인도 스타일의 항아리 바지, 구멍난 티셔츠 심지어 백팩과 운동화에도 구멍이 나있었다. 그런 스타일의 학생들은 여름에는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맨발로 다닌다. 처음에는 이런 스타일의 학생들이 정말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졸업할 때쯤 보니 너무 자유로워서 그런지 정말 사라지고 없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졸업하지 못했다.)


집시패션 외에도 르네상스 패션, 게이패션, 거지패션 등등 다양한 스타일로 아카데미학생들은 처음 내 기를 죽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된 것은 패션이 특이하거나 화려하거나 평범하다고 해서 그 학생들의 작품까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대생들은 어떠한 작품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미대생들이 독특한 스타일을 보면 "역시 예술공부 하는 학생들은 달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사람의 패션은 정말이지 관계가 없다. 나는 "겉모습만 독특하지 사실 작품은 볼품없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모습과 작품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말이다. 겉모습도 독특하고 작품도 훌륭한 학생도 있고 겉모습만 독특하고 작품은 볼품없는 학생들도 있다. 반대로 평범한 것 같지만 작업이 좋은 학생도 있고 또 패션도 평범하고 작업도 평범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패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감한 패션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어떤 때에는 '내가 옷도 맨날 똑같은 스타일만 하고 여러가지 시도도 안하기 때문에 나의 작품들이 큰 매력이 없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반짝이는 작품을 만들려면 과감해야돼!' 라는 생각에 조금 더 독특한 스타일을 시도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는 학생들이 엄청난 작품을 들고 나타날 때면, 내 작업의 실패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패션은 중요하다. 자기를 표현하고 싶은 본능이 포함되어 있고 때론 나의 희망, 욕망들이 담겨 있기도 하다. 또한 패션은 예술이며 문화이고 그 시대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예술가들을 패션으로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패션만으로 예술가들의 작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예술가들한테는 더더욱 그러한 잣대를 갖다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체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패션이 그 사람의 실력을 나타낸다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품을 그 자체 만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우리의 '역시 뭔가 독특하다 했더니 예술가였어!'라는 식의 태도는 예술가들한테 오히려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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