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돈 많이 벌었냐고?

한 번도 부유한 환경에서 살아본 적 없다. 부모님 모두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해오셨지만, 이상하리만치 살림살이는 펴지지 않았다. 갖고 싶은 걸 못 가져 속상하던 게 다반사였고 먹고 싶은 걸 못 먹어 서글플 때도 숱했지만, 그저 헐벗지 않고 밥술 끊기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내 부모의 질기고 고된 노동이, 그 노동에 질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텨낸 육체가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오랜 시간 목도해 왔기 때문이다. 해 지고 집에 오면 욕실에서 한참을 씻어내던 퉁퉁 부은 손가락 마디도, 말 한마디 나눌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던 저녁밥상머리 침묵도 나는 분명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성실한 삶에 비해 턱 없이 남루한 삶이 의아하고 억울했을 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이유이기도.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부유함은 고사하고, 이 지리한 궁색함을 하루라도 빨리 끊어내고 싶었다. 마음만 조급했다. 사회 초년생이 으레 겪는 박봉의 시간이 너무 더디게 흘렀다. 더 빨리, 더 많이 벌고 싶은데. 이 조급함이 자꾸만 지금 서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더 험난한 곳을 바라보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직업을 전전해왔다.


그래서, 돈 많이 벌었냐고? 지금까지 거쳐온 12개의 직업이 겅중겅중 올라가는 계단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종종거리며 폴짝 뛰는 징검다리였다. 벌어먹고 사는 일은 녹록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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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는 칠십이 넘은 지금도 일한다.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종일 서서 몸으로 일하는 내 부모를 떠올릴 때마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나는 늘 송구스러웠다. 이젠 좀 쉬시라며 생활비 척척 내놓는 맏이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잦은 이직으로 걱정과 불안만 안겨드렸다. 나이 들어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진득허니 일하나 싶었는데 또 백수가 돼버린 딸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계시겠지.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잘 살고 싶다. 내 부모가 평생 보여준 끈기를, 성실함을, 묵묵함을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 늦지 않았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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