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돌배
나는 화랑을 통해 나의 인내, 정신과 마음을 단련하고... 그리고 앞으로 화랑의 자긍심을 통한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모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주하여, 모국과 타국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국민이나 민족의 틀 바깥에서 유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번 디아스포라 작품 선별 기준에 무척이나 적절한 작품이다.
한국을 떠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게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주인공 가야는 하는 일도 마음에 들고 별달리 힘든 일도 없지만 타국 땅에서 이방인의 감정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거의 문제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조목조목 영어로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All of us(올 어브 어스)를 Orrus(오러스)로 잘못 알아들어 대형 사고를 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야는 태권도장 ‘화랑관’을 발견하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태권도를 시작한다. 운동신경도 없고 체력과 근력도 부족한 가야에게 태권도는 너무나도 어려운 종목이다. 흰 띠부터, 태극 1장부터 성실하게 배우며 태권도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독자가 디아스포라적 감정을 충분히 느낄만한 요소를 여러 곳에 배치하였다. 우선 태권도를 배우는 방식이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에서 인기 스포츠는 아니지만 동네마다 태권도장이 없는 곳이 없을 만큼 태권도가 대중화되어 있다. 태권도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태권도를 외국에서 배우는 것, 그리고 한국 사람이 아닌 서양 사람에게 한국 사람이 태권도를 배운다는 설정이 낯설다. 가야는 현지인보다 영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태권도 승급 심사를 앞두고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고도 느낀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가야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위축감을 느낀다. 이런 부분에서 가야가 느끼는 이방인의 감정을 독자도 함께 느낀다.
태권도는 이 작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먼저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티로 작동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 사람들은 태권도를 배우며, 태권도로 만들어진 커뮤니티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낀다. 또한 태권도는 정체성을 회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앞서 주인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축감을 느끼지만 태권도를 배우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한다. 이는 디아스포라적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서사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을 쓰는 요즘 2024 파리올림픽이 한창이다. 다른 올림픽 때보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태권도 종목에서도 종주국다운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림픽 중계를 보며 이제 태권도가 단순히 한국인의 스포츠가 아닌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느낀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를 읽으면서 디아스포라의 가치뿐만 아니라 태권도의 재미도 함께 경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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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추천만화 vol3. 디아스포라, 홈통만화연구실(202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