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나 크고 작은 해프닝으로 인한 훈육 시간이 다른 집보다도 많을 수밖에 없다. 혼자라면 겪지 않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양보해야 하는 일들도,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일들도, 조심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어찌 보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힘든 상황일 수도 있고 단호하게 훈육해야 하는 우리 부부도 속으로는 미안함이나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가 아이들 인성교육에 있어서 서로 합의한 것은 훈육을 반드시, 적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육아 서적들을 읽어 보면 다들 어린 시절이 너무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도록 칭찬하고 자신감을 세워주고 격려하며 절대 윽박지르거나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면 안 된다를 넘어 아주 이상적인 부모상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나는 항상 그 책들을 읽으며 관념적으로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부모는 무조건 아이를 위해 인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오히려 부모들의 육아 의지를 사그러 들게 하고 부모에게 자괴감을 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한편으론 하게 된다. 부모도 인간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밤잠 못 자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느라 잠이 부족한 상태로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이 아이를 돌보다 보면, 배고프고 피곤한 상태에서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런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나기도 한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집할 때 그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소리 지르며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며 느끼는 당혹감이란. 게다가 좀 더 커서 말을 하게 되면서 버릇없이 말대꾸를 하거나 미디어에서 본 부정적인 말투나 욕설을 할 때 부모는 어떻게 그 아이를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단호하게 훈육을 할 수 있을까.
아닌 건 아닌 거다. 거기에는 어떠한 변명과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위험한 것, 버릇없이 구는 것, 형제자매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것,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에는 책임과 결과가 따르는 것을 반드시 알려준다. 말로 타일러서 안되면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잠시 박탈해서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알게 해 준다. 법과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를 위해서다. 아이가 한 명이든 열명이든 가정에서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하는 한 가지는, 사랑은 단호할 때가 있어야 한다는 것. 우리 부부가 매일의 삶에서 배워가고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