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또는 새로 만난 사람들이 우리가 아이가 여덟 명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못 알아듣고, 두 번째 반응은 진심으로 당황하다가, 세 번째 즈음에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인간극장에 나오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띠리 리리~뚜루~띠리...(인간극장 BGM)
시골에 계신 우리 시어머님도 인간극장에 한 번씩 다자녀가정 나오면 꼭 우리한테 전화하셔서 너네 같은 사람 또 있으니 한번 보라고 하시는 것이 왠지 쟤네는 텔레비전에 나오는데 너네는 안 나오고 뭐하냐는 함축된 의미도 담긴 듯한 말씀을 하신다.
인간극장...
우리는 사실 최근에 텔레비전을 볼 일이 없어서 인간극장이 아직 하는지 어떤지도 모르는데, 다만 우리 부부는 인간극장에 나오는 다분히 정형화된 다자녀가정의 경제적이거나 문화적인 결핍 요소가 도드라지는 연출이 조금 불편하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사람들 중 어르신 세대들은 애국자다, 대단하다, 수고가 많다 등의 반응인데 반해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 교육도 제대로 받고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애를 그렇게 많이 낳았어요?'
를 각자의 레벨로 순화시킨 정도의 반응이 많은 걸로 보아,
인간극장과 비슷한 장르의 미디어가 다자녀 가정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말하자면, ' 정감 있고 희로애락 있고 사람 사는 것 같으나
약간의 경제적 결핍이 전제된 구세대적 행복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보는 젊은 세대 시청자들은 절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하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그래서,
인간극장 출연 제의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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