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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명 Aug 22. 2020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우리 사이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_이용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나는 원래 고양이한테 무심한 사람이었다. 좋고 싫음을 떠나서 반려 동물을 비롯해 동물 자체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고, 산책하는 강아지나 길고양이를 봐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무심한 내 앞에 아무 예고 없이 고양이가 휙 들어왔다. 편의점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어내던 삼색냥이가 어느 날 나에게도 야옹야옹 어필하기 시작했다. 늦봄에 처음 만난 그 고양이에게 ‘만춘’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뜻밖에도 만춘이의 아기를 임보​까지 하게 되었다. 만춘이를 만난 이후로 내 가방에는 항상 고양이 사료가 들어있고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는 항상 편의점 앞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두근두근하면서 집에 오는 길에 만춘이를 못 만나면 마냥 서운하고, 어디서 밥은 챙겨 먹었는지 걱정이 되고 그랬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매일 밥을 주는데도 곁을 안주는 녀석한테 살짝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요즘 길냥이들을 상대로 워낙 흉흉한 일이 많다 보니 사람을 경계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춘이와 만춘이의 아기를 만나고 길냥이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서 찾다가 읽게 된 책이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였다.

인간의 곁으로 온 고양이

고양이는 왠지 무정한 동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금손 이야기를 읽으면서  편견이고 선입견이라는  다시 한번 느꼈다. 외로움을 안타는 동물인  알았는데, 반려인이 외출하면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도 많고 사람과 붙어있는  좋아하는 고양이도 많은  보며 아니라는  알았다. 다정하다는 말보다는 정이 깊다는 말이 어울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자주 만나는 만춘이도, 만춘이의 아기 여명이도, 단골이  유기묘 카페 고양이들도 다들 저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무정하지 않다는  이제는 안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란?

 많이 가진 인간이  많이 인정을 베풀지는 못할지언정,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을 요즘 들어 심심찮게 접한다. 길냥이 밥을 챙기는 캣맘, 캣대디들도 여러 형태로 싫은 소리를 듣는 다는  커뮤니티에서 보게 된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서는 그런 사람을  만나봤지만,  책은 길냥이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과의 마찰이 생겼을  고양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는 없겠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더라도 밥을 먹을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던 고양이를 못 키울 것 같아요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유기묘 카페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이나 누가 봐도 유기한  같은 고양이를 길에서 만날 때면 가족을 버린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사람이었어도 버렸을까.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그래도 사람이 좋아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그저 짠하다. 그런데 버림받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그렇게  거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을 읽고는 너무 슬퍼졌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면  잘못이 아니라고 알아들을 때까지 얘기해줄텐데.


고양이에 대한 명언들

지금은 반려동물을 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서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는 길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챙길 수 있는 데까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다가 천재지변처럼 아픈 아기 고양이를 잠시 들이게 되었지만, 다 나으면 좋은 가족을 찾아줄 생각이다.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에는 끝까지 책임질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봐야겠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은 우리 동네 터줏대감 만춘이가 해를 무사히  견뎌서, 내년 늦봄에도 꽃나무 아래에서 밥을 챙겨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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