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_장류진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
정이현 작가님의 추천사 중에서 저 문장을 읽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출간 이후에 한동안 이슈가 되기도 했고, 책 소개글도 흥미로워서 그날 당장 주문을 했었다. 직장 생활의 온갖 웃픈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고, 등장인물 캐릭터에 내가 만난 사람들의 실명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무엇보다 책을 펼친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나는 회사에서 야무진 주인공인 ‘나’도 약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빛나 언니’도 만나봤다. 회사에서의 많은 일은 대체로 ‘나’의 방식으로 돌아간다. 수십 장의 청첩장을 받으면서 내가 ‘빛나 언니’처럼 눈치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처럼 야무지지도 못했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IT업계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 내가 다녀온 회사들은 대체로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졌던 단편이었다. 그동안 저렇게 외국 이름을 붙여서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회사들을 보면서 실제로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했는데, 저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웃음이 났다.
여러모로 내가 잘 모르는 IT계열 회사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항상 궁금했던 판교 건물 숲 안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레고 동호회 총무 부분을 읽으면서 좀 많이 웃었다.
읽으면서 제일 짠하고 답답했던 단편이었다. 소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리고 때로는 주변과 자신을 괴롭게 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느껴져서 슬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사람도 짠했지만 보리가 제일 불쌍했다.
세입자로서는 느껴본 적 없지만, 어쩐지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해서 꼭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소설에서는 아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고양이가 이런 느낌이었다. 여명이를 구조할 때 나는 합리적인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도록 여명이가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잘 돌봐야겠다. 우리 집 그랜드 피아노가 얼른 자기에게 딱 맞는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의도한 바는 아닌 것 같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이런 꿀팁들도 건질 수 있었다. 나도 회사에서 처음 3개월은 되도록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물론 그 이후에 오래도록 분초를 다투며 출근해서 초반 3개월 이미지는 곧 사라지지만.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 조금 불안한 백수 생활을 간혹 한 두 달 하곤 했다. 그래서 저 계약서에 서명하는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아무리 짧아도 백수 생활을 하고 나면 4대 보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은 더 그랬을 것 같아서 마음이 괜히 찡했다.
소설 속 상황과는 다르지만 나에게도 그런 일이 몇 가지쯤 있어서 이 부분을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아마 다시 꺼낼 때까지 완전히 털어버릴 수는 없을 텐데, 그렇다고 다시 꺼내자니 큰 용기가 필요한 일.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 한 가지 정도는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들었던 많은 생각들을 누군가가 이야기로 만들어준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하거나 웃을 때도 있었고, 답답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든 이야기가 다 재미있어서 마지막까지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