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사진은 없다
그동안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의 폰 사진첩을 볼 때마다 놀랐었다. 사진의 양이 어마어마하기도 하거니와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사진이 수십 장씩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량이 부족해서 좀 지우려고 했더니 다 귀여워서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항상 의아했다. 똑같은 사진이니까 다 귀엽지, 하나 남기고 다 지우면 되잖아. 라는 생각을 했었다. 여명이를 데려오고 나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는 편이 아니었고, 똑같은 사진을 찍은 적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느 날 본가에서 사진첩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깨너머로 화면을 슬쩍 본 엄마가 ‘이제 이 친구 좀 고양이 같아졌네’ 등의 추임새를 넣다가, 자리를 떠나면서 근데 너는 사진에 환장한 사람처럼 이렇게 많이 찍었냐고 한 마디 흘리셨다.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찍었냐고 발끈하며 몇 장이나 되나 봤더니 보름 동안 찍은 사진이 500장을 가볍게 넘겼다. 거의 10년 가까이 모은 사진첩 전체 사진 수가 1600장 근처였는데 그중에 500장을 보름 동안 찍은 거다. 이렇게 많이 찍은 줄 몰랐다고 놀랐더니, 엄마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똑같은 사진을 왜 그렇게 찍었냐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는 인정할 수 없어서 사진첩을 다시 열어 봤는데, 정말 같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엄마한테 도대체 같은 사진이 어디 있냐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뜻밖에도 엄마가 사진 세 줄 정도를 가리키면서 같은 사진이 10장이 넘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 엄마가 가리킨 사진을 봤는데, 배경이 비슷하긴 했다. 그런데 모든 사진이 다 달랐다. 눈을 한쪽만 감았거나, 다 감았거나, 귀를 접었거나, 고개를 10도 정도 더 기울였거나...어쨌든 다 달랐다. 이렇게 확연히 다른 사진을 보고 어떻게 같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지 기가 찰 지경이었다.
엄마와 나의 의견차는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고, 보다 못한 다른 식구들은 같은 사진 감별사가 되어 함께 사진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엄마와 내가 양 극단이라서 중간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엄마는 병아리 눈물만큼만 비슷해도 같은 사진이라고 하고, 나는 점 하나만 달라도 완전히 다른 시진이라고 한다고. 그러다가 문득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의 사진첩을 떠올렸다. 내 눈에 전부 같아 보였던 그 사진들도 친구들 눈에는 하늘과 땅 차이였겠구나 싶었다.
첨부할 요량으로 난이도 상을 찾았는데, 상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사실 그날 가족들이 이건 진짜 너무하다고 했던 사진을 많이 지웠다. 저 때만 해도 사진을 좀 얌전히 찍혀줬는데, 많이 찍어둘 걸 그랬다. 요즘은 얼마나 발랄한지 10장 중에 7장은 잔상만 찍힌다. 제발 3초만 가만히, 아니 덜 움직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