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엄마와 불안한 아깽이와 그걸 지켜보는 나
평소처럼 출근하기 싫은 목요일 아침이었다. 지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분초를 다투며 잰걸음으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만춘이와 아기가 늘 있던 자리를 곁눈질로 확인하면서 가던 중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만춘이는 없고 아기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가 귀여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몇 명이 있었다. 쟤가 왜 혼자 남았지? 만춘이가 어딜 갔지? 저 학생들 아기 고양이한테 손은 대면 안되는데! 등등 여러 걱정을 하면서도 우선은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는 온종일 만춘이와 아기 고양이를 걱정했다. 혹시라도 만춘이가 아기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엄마가 곁에 없어도 하루 정도는 지켜봐야 하는데 누가 모르고 덜컥 데려가면 어쩌나. 퇴근 무렵에도 쟤가 저러고 있으면 어쩌나. 그때까지 혹시 못 버티면 어쩌나. 신기할 정도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퇴근 무렵에 평소처럼 만춘이와 아기가 편의점 앞에서 간식 셔틀한테 어필하고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망의 퇴근길. 먼발치에서 만춘이와 아기 둘 다 있는 걸 보고 크게 안도했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먹을 거라도 좀 줄까 하며 다가가던 순간이었다. 아기가 가까이 다가가니까 만춘이가 아기한테 하악질을 했다.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싶었다. 놀란 아기가 주춤거리다가 다시 만춘이에게 조금 다가갔더니 또 하악질을 하며 위협했다. 안 그래도 기운 없는 아기는 완전히 풀이 죽어서 자리에 앉았고, 나(=먹을 것)를 본 만춘이는 평소처럼 야옹야옹하며 다가왔다.
일단 평소처럼 두 고양이를 챙겨 준 다음 나는 아기 고양이의 상태를 조금 더 유심히 살폈다. 아기 고양이는 아기용 캔과 엄마 밥 냄새만 킁킁 맡더니 차 밑으로 들어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집에 돌아와서 고양이 커뮤니티에 만춘이와 아기의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상황인지 내가 뭘 해주면 되는지 문의했다. 엄마가 갑자기 왜 하악질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상태인 아기를 엄마가 안 챙기면 가망이 없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답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력이 된다면 구조해주시면 좋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나는 잠시 앉아서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저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도 될까? 고양이와 함께 살 상황이 아니니까 임시보호를 하다가 건강해지면 입양을 보내야 할 텐데, 내 손바닥만 한 원룸에서 가능할까? 입양이 안되면 어쩌지? 그전에, 많이 아파 보이는데 쟤가 그 모든 과정을 잘 버텨줄까? 슬슬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내 작은 방에서 나는 1시간 넘게 고민했다. 그날은 내가 무언가를 가장 오래, 가장 깊게 고민했던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기 고양이의 운명과 내 생활을 크게 바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