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_이미예
깨어있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자는 시간에 큰 행복을 느끼는 나에게 꿈 백화점이라는 소재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깨어나서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은 아닐지라도 꿈을 자주 꾸는 나에게는 꿈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분명히 꿈을 꿨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이 잘 안나는 건 왜 그럴까. 애초에 꿈은 왜 꾸는 걸까.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의식과 무의식을 비롯한 어려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와서 결국 나는 그럴듯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찾을 수 없었던 답을 이 책에서 찾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주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답을.
자주 들르는 전자책 플랫폼에서 달러구트라는 이름을 처음 봤을 때는 특이한 제목이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얼마 후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발견했을 때 괜히 반가웠다. 그렇게 스쳐지날 줄 알았던 책은 하반기 내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인기가 있나 궁금해서 샀지만, 막상 사고 나니까 이상하게 손이 안 가서 해를 넘기고서야 읽기 시작했다. 자극적이거나 기 빨리는 사건 없이, 다정하면서도 활기찬 에피소드가 가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자는 시간, 특히 꿈꾸는 시간에 대한 중요함이 소설 곳곳에 드러났다.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나로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화나거나 슬픈 일이 있었어도 자고 일어나면 기운이 나는 사람이라서 나는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는 페니의 저 말이 정말 내 마음같이 느껴졌다.
꿈을 팔고, 사고, 꿈 값을 치르는 과정은 사소한 설정들도 모두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크게 느꼈던 부분은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도 고객 범위에 넣어줬다는 점이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는데, 특히 동물들을 위한 코너에서 그랬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혼자 있는 여명이가 쓸쓸하게 잠을 자는 게 아니라 꿈 백화점에서 신나고 흥미진진한 꿈을 사서 꾼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좀 덜 미안하게 느껴졌다. 여명이가 잠든 시간은 백화점에서 산 꿈으로 충분할 테니, 나는 깨어있는 시간을 더 알차게 채워줘야겠다.
단언컨대 이거 내 눈꺼풀 저울이다. 확실하다.
깐깐하게 고객을 고르는 달러구트가 나에게는 꽤 여러 번 자투리 예지몽을 팔았던 것 같다. 나는 자주 이 장면을 꿈에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백화점에서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 자투리 예지몽을 꽤 자주 샀다는 건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지만, 그동안 내가 꿈 값을 제대로 치르지는 못했을 것 같아서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백화점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주는 숙면 캔디 부분을 읽으면서도 나는 많이 웃었다. 사소한 개그코드가 너무 잘 맞아서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꽤 여러 번 웃었다. 아무래도 나는 백화점에 갈 때마다 숙면 캔디를 여러 개를 달라고 졸라서 매번 와구와구 다 먹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알람이 안 들릴 수가 없고, 이렇게 일어나기 힘들 수가 없다. 앞으로 내가 진상같이 사탕을 더 달라고 조르거든, 단호하게 딱 한 개만 주면 좋겠다.
읽으면서 마음이 제일 먹먹했던 파트였다. 분명히 내 앞으로 맡겨놓은 꿈도 있을 텐데, 아직 나는 그 꿈만은 받지 못했다. 꿈 백화점에서 아직은 그 꿈을 나한테 전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나 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배려가 느껴져서 마음이 먹먹하면서도 따뜻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을 읽고 아주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생각보다 적어서 나는 이 책에도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모처럼 기대 이상의 책을 만나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인기가 있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사람은 날마다 잠을 잘 것이고, 빈도는 다르겠지만 꿈도 꿀 테니 이 책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 해리포터를 처음 읽었을 때 호그와트가 어딘가에 있기를 바랐던 것처럼 소설을 읽는 내내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실제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백화점이라는 것도 참신하고 흥미로운데, 디테일한 설정들도 신선했다. 작가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배려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부분에서도 살짝 감동받았다. 앞으로도 위로가 필요할 때 종종 펼쳐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