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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Dec 17. 2023

공무원이 꿈이고 싶어요.

에듀윌에서 방법을 알려줄 순 없나요?

내가 생각하는 삶을 가능한 잔잔하고 평화롭게 이끌 수 있는 삼대장이 있다. 안정적인 직장, 적당한 나이에 이룬 가정, 자식들에게 손벌릴 일이 없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 여기 그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게 나로 나다. 고로 내 삶은 잔잔하지도 평화롭지도 못하다. 외줄 위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춤추는 공길이가 따로 없다. 나도 내가 이 나이가 되면 안정적으로 내 집 하나 정도를 가지고, 빚 없는 차와 주기적으로 만나는 모임 몇 개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위에서 나열한 조건들 중에서 1번부터 글러 먹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간 몇 번의 직장을 거치긴 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내가 지나온 직장의 대부분은 내가 나간 뒤로 문을 닫는 일이 생겼다. 다행히도 회사 측에 급료를 받지 못한다던가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이런 일을 몇 차례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도 나는 안정적인 삶에 대한 로망이라던가 관심이 크게 없긴 했다. 한평생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노후까지 바라보는 삶에 대한 막막함이 더 컸지 않았나 생각한다. 삶은 유한하고 매일은 선물 같은데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길인지 의문이 앞섰다. 요즘에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보니 너도 나도 부캐를 만드는 게 유행이지만 우리 때(?)는 그런 게 있었냐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직장 안에서의 나'와 '직장 밖에서의 나'로 구분 지어 사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한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나만의 재능은 과연 무엇이냔 말이다! 천만 원을 내면 그걸 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면 당장에 그 큰돈을 지불해서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울부짖음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길은 늘 어렵고 까다로웠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인 경우도 많았고 누가 방법이나 힌트 같은 걸 주지도 않았다. 왜 나는 항상 어려운 길만 원하는 것이냐는 말이야. 삶을 어느 정도 타협하고 사는 것 또한 재능이고 기술이라면 나는 완전히 재능 없음이었다. 각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나름의 성취감을 맛보며 지내는 걸 볼 때면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주변인들이 더러 있었다.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시며 다음 해의 시험을 기약하는 그들은 너무나도 힘들어했다. 그러나 그들을 보며 위로를 해주는 동시에 부럽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나도 공무원이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최소한 가는 길이 정해져 있고, 방향성을 안내해 주는 사람 또한 있지 않은가? 이런 노래도 있다. '공무원 시험 합격을 에듀윌~'에듀윌에 적정 금액을 지불만 한다면 공무원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 물론 공무원 시험이 쉽다 거나한 오만은 단언컨대 전혀 아니다. 요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부러웠다는 소리다.


올해도 안정과는 거리가 먼 한 해를 보냈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제라도 타협을 해서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방도가 있는 삶을 부러워하되 또다시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란 너무나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내가 한 선택이니 위태로운 외줄 타기 같은 삶 속에서 신명 나게 춤판을 벌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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