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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Dec 21. 2023

한 겨울의 당신

가장 차가운 날의 당신

어느 겨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2018년도의 추위는 두고두고 회자가 되는 역대급 한파였다. 나라고 한파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차가 없을 때이니 매일 같이 버스로 출퇴근을 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다 동사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고 소중한 나의 원룸이 추위를 이겨낼 제간이 없었다. 수도가 꼼짝없이 얼어 벼리는 통에 끓는 물을 한참을 퍼부어서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택배로 시킨 물까지 얼어서 오는 마당이었다. 생활비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보니 몇 십만 원짜리 하는 패딩을 사 입는 것은 꿈도 꿀 수가 없었다. 쇼핑몰을 이 잡듯이 뒤져서 겨우겨우 3만 원짜리 패딩을 하나 장만했다. 거위털만큼 따듯한 보온을 자랑한다고 하더니 정말 따듯하긴 했다. 다만 무게가 벽돌을 넣어놓은 것처럼 무겁다는 말도 상세페이지에 써놓았다면 좋았을 뻔했다.


날이 너무 춥고 사는 것은 팍팍하니 어딘가에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엔 독립해서 지내고 있기도 했고 더군다나 아빠와 사이가 좋지를 않아 거의 연을 끊다시피 지내는 중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집엘 가고 싶어도 아빠와 마주칠 생각을 하면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의 겨울이 더욱 차갑게 다가오는 순간들이었다.


그 해 겨울은 지독하게 춥고 또 길었다. 이 추위가 끝나긴 하는 것일까. 오늘도 수도가 얼어버리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 보다도 내 가슴이 얼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전화가 온 전화였다. 아빠가 일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말을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언니에게 차분하게 다시 상황을 정리해서 들었다. 아빠는 목수이다. 한옥을 짓는 현장에서 낙상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날따라 출근하는 것을 불편해했다는데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불안한 마음을 커져만 가는데 의사는 좋은 소리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최악의 수에 대해서만 늘어놓았고 엄마는 무너지고 있었다. 반신불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음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현기증이 나지 않고서 배길 수가 있을까.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도 심장이 조여 오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겨울이 더 깊고 차게 식어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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