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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원사계 Jan 12. 2024

취준생 졸업일기

제가 합격이라고요?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 밖에 없는 망망대해에 떨어져 본 적이 있는가? 툭 치면 언제 바닷속 깊은 곳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내가 행여 떨어진다면 누구도 나를 건져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을 싣고 있는 판자 위에서 두려움에 떠는 것뿐이다. 상어야 제발 나를 못 본 척 지나가줘. 부탁이야. 상어와 맞짱을 뜰 수 없다. 제발 나에게 오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판자가 점점 부러져가고 있는데.. 아아- 이렇게 내가 가버리는(?) 건가!!! 


이건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물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눈을 질끈 감고 제발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눈을 떴을 때 평안만이 가득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던 순간들. 아, 내 인생을 언제쯤 꽃봉오리를 피우냐는 말이다. 답답한 마음을 늘 글로 풀어내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길고 길었던 취준생 시절을 졸업하게 되었다. 얼마 전 본 면접에서 합격 연락이 온 것이다. 와 내가 합격이라고? 정말로요?


면접 준비를 하면서 며칠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던 탓이다. 자려고 누워도 도무지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면의 밤이었다. 이 기회가 지나가면 언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나한테 기회라는 것이 오기는 하는 걸까? 불안함을 이겨내며 준비하던 시간들이었다. 면접을 보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까 답변을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만 억만 번이 들뿐이었다.


면접을 보고 와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에게 스스로가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잠들기 직전까지 면접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느지막이 일어나 처음 받은 연락이 최종합격 연락이었으니 꿈인지 아닌지 분간 가지를 않았다. 신이시여.. 드디어 저를 구원해 주시는 건가요.


이제 앞으로 더 힘들 날만 남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취준으로 힘든 마음과 업무로 힘든 마음 중에는 당연 전자가 더 고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오. 오늘은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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