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메티마졸..
뇌경색으로 약을 먹은 지 세 달,
정기적으로 약 봉투를 열고,
알약들을 하루 세 번 챙겨 먹었다.
이제는 손이 먼저 기억할 만큼,
생활의 일부가 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갑상선 항진증 약인 메티마졸이 없었다.
처음에는 “약국에서 빠뜨렸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약을 처방에서 빼달라고 말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걸 떠올렸다.
그제야 기억이 되살아났다.
뇌경색 진단 이후, ‘약이 너무 많다’며 이것만큼은 따로 빼달라고 했던 내가.
그때의 나는 체력이든,
정신력이든 뭔가를 덜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덜어낸 건 몸의 짐이 아니라, 꼭 필요했던 약이었다.
한 달 동안 아무렇지 않게 약을 챙겨 먹으면서도,
사실은 스스로의 치료를 놓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웃음이 나왔다.
약을 빼달라던 내가, 결국 약을 빼먹고 있었던 거다.
아마도 인생이란 건 이런 모양일지도.
나를 살릴 것들을 무심코 내려놓고,
정작 필요 없는 것들만 품에 꼭 쥐고 살아가는 것.
그날 이후, 약봉투를 다시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몸을 살리는 약뿐만 아니라, 나를 버티게 하는 것들이 빠져 있진 않은지 살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