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글의 기준

그래서 내 글은..?

by 마늘 다

책을 보다 보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머리로만 쓰인 글과 마음까지 건너오는 글.

나는 후자를 ‘다정한 글’이라 부른다.


다정한 글이란 단순히 상냥한 어휘를 쓰는 글이 아니다. 그것은 문장 사이에 공기를 남겨 두는 글이다. 독자가 숨 쉴 공간, 스스로 생각할 틈, 조용히 공감할 시간을 허락하는 문장 말이다.


나는 다정함의 몇 가지 기준을 나름대로 세웠다.


첫째,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다정한 글은 ‘이래야 한다’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고 묻는다. 독자를 한 사람의 주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둘째, 단어 뒤에 체온이 있다.

사람은 차가운 금속과 따뜻한 손바닥을 구분하듯, 글에서도 체온을 느낀다. 다정한 글은 서두르지 않고, 다 쓰지도 않고,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멈춘다. 그 멈춤 속에 따뜻함이 스민다.


셋째, 화려함보다 진심을 택한다.

문장을 과하게 장식하면 마치 값비싼 향수를 잔뜩 뿌린 사람 같다. 다정한 글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오래된 손 편지처럼, 묵직한 공감이 향기가 되어 남는다.


책을 볼 때마다 나는 이 기준을 원고 위에 살짝 얹어 본다.

그러면 어떤 문장은 금세 숨이 죽고, 어떤 문장은 오히려 생기를 얻는다.

다정함이란 결국 문장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걸.


다정한 글은 독자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오래 기억 속에 머문다.


그것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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