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끝이 보이는 관계에 마음을 쏟는 이유
우리는 왜 끝이 정해진 관계에 마음을 쏟을까?
나는 언젠가 떠날 걸 알면서, 멀어질 걸 알면서, 어느 계절쯤엔 흐릿해질 걸 알면서도 애써 다정해지고, 조심스레 좋아하게 된다.
그건 아마도 끝이 보이기 때문에 더 진심을 다하게 되는 나의 기질 때문 아닐까.
영원할 거라 믿는 관계엔 우리는 종종 게을러지고,
당연해지고,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생략한다.
반면, 끝이 보이는 관계 앞에서는 오히려 감정의 속도를 조절하고, 단어를 골라 쓰며, 하루하루를 더 명확히 살아낸다.
나는 그런 관계들이 좋았다.
한 달만 함께한 사람, 세 달만 일한 동료,
계절처럼 스쳐간 인연 등등
그들이 나에게 남긴 건, 짧지만 선명한 기억들이었다. 끝이 있기 때문에 흐릿해지지 않았고,
잠깐이었기에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
사람은 머무는 시간보다, 어떻게 머물렀느냐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기억이 아름다웠다면, 그 관계는 짧았어도 실패한 게 아니다.
끝이 보이는 관계에 더 마음을 쏟는다는 건
언젠가, 반드시 끝이 나는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선택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