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엄마의 혼수로 결혼할 때부터 집에 있었다던 크리스털 유리잔 받침을 깼다. 차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면서 한눈을 팔다가, 바로 옆에 있던 걸 툭 친 탓이다. 처음엔 깨진 줄도 몰랐다가 바닥을 보니 반짝이는 조각이 보여 다급히 주웠다. 오랜만에 물건을 또 깨트렸네. “뭐 하나 할 때는 제발 한 가지만 해라”는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엄마가 내게 주는 핀잔이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그러니까. 제발. 하면서 수십 번 뉘우친다. 그러다 또 도루묵이 되는 악순환이 끝없었다. 좀 나아졌다 했는데 기어코 사고를 하나 쳤구나. 숱한 물건을 깨고 부셔보고 잃어 보아서 큰 타격감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게 속상했다. 잔을 깨는 순간 나는 어깨 너머 놓인 과자 포장지의 생김새가 신기해 쳐다보던 중이었다.
근래 잡념이 많아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을 빌려 보았다. 일본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가 지은 책으로, 알고 보니 꽤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이 나를 충고하는 듯한 책이나 자기 계발서는 중학생 때 이후로 끊었던 터였다.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를 반발심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잘 살 수 있는데 책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지 하면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난 너무 자존감이 낮다고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그간 마음이 제 가치관에 따라 중심을 잡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런 책은 필요치 않았던 건지도 모르지.
어쨌든 최근 나는 급격히 무너지는 마음을 잡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고, 잡념이 나를 잡아먹는 데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찾아낸 방법이 조언 주는 책 읽기였다. 처음엔 거북했지만, 결론적으로 그 책은 내게 꽤 도움을 줬다. 생각을 버리는 데만 도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꾸준히 적용해 봐야지 했던 부분도 있었다. 바로 오감을 사용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그는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내가 지금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고 있는 걸 더 자세히 살피고, 먹고 있는 음식을 구체적으로 느끼고 감각을 살려 살아가라고 말했다. 생각을 버리는데도 탁월한 방법이지만, 순간순간 뭘 하고 살아가는지 느끼기 위해서도 제일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우리 엄마가 늘 하는 말이랑 같은 맥락인 거다. 뭐 할 땐 하나만 집중해서 하라고. 내가 물을 따르고 있으면 잡은 컵과 물이 나오는 곳에 집중하고, 궁금한 걸 어깨너머로 보는 대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