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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로 한 걸음씩

내 미래에 당신이 있길 원해

by 다움 Mar 13. 2025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동안 서로 연락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미래가 달라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오롯이 나만 생각하며 충분히 생각해 보자고 했지요.

감정에 치우쳐 섣부르게 결정을 했다가 서로를 원망하는 미래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비장하게 결심한 서로가 없는 한 달.

우리의 일상은 알록달록한 색들이 사라진 무채색과 같았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것을 해도 별 감흥이 없고 입맛이 없어 어떤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매일 그녀의 꿈을 꾸었고, 그녀는 매일 그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렇게 서로가 그립고 애달팠지만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감성 가득한 그녀는 이번만큼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려 노력했어요.

이건 그녀의 미래가 아주 크게 바뀌는 결정이니까요.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질문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그 당시 그녀가 이 질문에 대해 혼자만 적어두었던 생각들을 날 것으로 공개합니다.

-

1) 사랑이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그것이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을까? 혹은 나중에 서로를 원망하진 않을까?


스스로 정말 원했기에 결혼했어도 예상치 못하는 어려움으로 힘들어하고,

간절히 바랐던 아이여도 낳고 양육하는 것이 너무 벅차고 지칠 때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가 원하기에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면,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STAY...! 하고 외치고 싶어 질지 모른다.


2) 사랑이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별뿐이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살 테지.

나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과 동거의 형태로 함께 동반자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 삶에는 서로는 없지만 각자가 그리던 미래의 모습은 있겠지..

우리가 함께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사람 없이 행복할 자신이 없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한참 동안이나 그리다 사랑하는 서로를 놓친 걸 후회할 것만 같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혹은 누군가의 마음이 식어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이런 가치관의 차이로 헤어진다면 난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아주 우습게도 사랑이 생각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우리가 후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래서 시간이 갈수록 삶이 어렵다고 하는 건가 싶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가장 후회하지 않을 방향을 선택해야 하니까.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을 예측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

-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그와 함께하는 미래와 원래 그녀가 그리던 미래 중 어느 쪽이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지 고민하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지요.



그렇게 고민되고 괴로울수록 그가 더욱 보고 싶어 졌어요.

2주가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지워두었던 커플 메신저 앱을 다시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겨둔 글을 발견했어요.

생각하는 시간에 그가 커플 메신저에 남겨둔 글 중 일부생각하는 시간에 그가 커플 메신저에 남겨둔 글 중 일부


이 글을 보고 그녀는 오열했어요. 

그리고 그동안의 생각을 모두 지우고 하나의 생각만을 남겼습니다.

'나 이 사람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그리고 이 사람도 나 없이는 안 되겠네.'


그에게 전화를 걸어 그 주 주말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에겐 그 한 달을 참아낼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그는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며 망설이다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둘은 그렇게 3주가 되기 전 주말에 만나기로 했지요.



그 주 주말, 그와 그녀는 만났습니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꽉, 아주 꽈악 껴안았어요.

잠시라도 떨어지면 서로가 사라질 것 마냥 한 순간도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러다 그녀가 먼저 운을 떼었어요.

"나 당신이랑 결혼할 거야. 후회 안 해.

하지만 아이는 아직 자신 없어.

그러니까 아이는 미래의 내가 선택하는 대로 하기로 해."


그는 자신이 결혼을 원해서 그녀가 결혼을 하는 게 아니길 바랐어요.

미래의 그녀가 후회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에 그녀에게 정말 확실하냐고 물었지요.

"그래, 나도 자기만 있다면 아이는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하지만 결혼하는 거.. 정말 괜찮겠어?

결혼하고 싶은 너만의 이유가 생겼어?"


그녀는 답했어요.

"아니, 당신이 아니라면 나에게 결혼할 이유는 없어.

난 당신을 택했고 당신이랑 결혼은 나한테 세트야.

결혼을 해서 후회하는 일이 생긴 대도 당신을 탓하지 않아.

이건 온전히 내 선택이야.

내 미래에 다른 남자 말고 당신이 있길 원해."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택했습니다.

그녀는 결혼으로 한 발짝, 그는 아이가 없는 삶으로 한 발짝.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로 한 걸음씩 가까이 발걸음을 떼었어요.


우리가 선택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그동안 그려온 미래, 가치관을 바꾼다는 게 가능해?

어떤 확신으로 그런 결정을 한 거야?' 하고요.


우리는 이렇게 답해왔습니다.

"서로가 없으면 안 되겠는데 어쩌겠어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그 선택을 한 이후의 내가, 우리가 만드는 거더라고요."


우리는 함께 하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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