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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아봐야 평생 살 수 있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by 다움 Mar 18. 2025

서로를 선택한 이후 우리 사이는 더욱 견고해졌어요.

그의 충격발언 이후 한 달간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기간을 가진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내 옆에 당연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숙고하고 숙고해서 선택한 사람이라는 걸 마음 깊이 새겼어요.


서로의 존재가 귀해지니 함께하는 시간도 더 귀해졌습니다.

누군가 그 시기 우리를 봤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행복해 죽겠어?'

네, 정말 너무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이,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감사하고 행복한 시기를 음미하던 어느 날, 파워 J인 그녀는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요.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으니 시기를 정해보자. 언제 결혼하고 싶어?"

"2-3년 뒤에는 하고 싶은데.. 넌 어때?"

"음..."

그녀는 열심히 시기를 계산했어요.

결혼식을 하려면 1년 전에는 준비해야 한다고 하니 내후년에 결혼을 하려면 내년부터 준비해야 하고..

열심히 계산한 끝에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올해부터 당장 같이 살아야겠는데?"

결혼을 결정하게 되면서 우리에게는 전제조건이 있었어요.

결혼 전에 함께 살아보는 것.

혼전동거가 우리 결혼의 전제조건이었습니다.



네, 예상하셨다시피 그녀가 먼저 아주 강력하게 이야기했지요.

"난 살아봐야 평생 살 수 있어.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 살기엔 어려운 사람들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

결혼하고 너무 안 맞아서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이혼하는 것보다는 동거하다 이별이 낫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도 의견이 같았어요.

"나도 동의해.

우리가 이별하는 커플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너무 안 맞다면 빨리 아는 게 좋겠지."


우리의 의견이 같았고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자취를 하고 있던 그의 집이 몇 개월 후면 계약이 끝나기에 시기를 맞추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어떤 절차를 거쳐 함께 살게 되는 건지 모르기에 열심히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집부터 알아봐야 한다, 예산부터 설정해야 한다, 동거 계약서부터 쓰고 시작해라 등등

여러 조언이 있었지만 모든 것 전에 해야 할 것이 그녀의 눈에 띄었어요.

가족들에게 먼저 동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정하고 나서 말하나라도 기분이 나쁠 같아.

우리 각자 가족들한테 먼저 이야기하자."



검색을 하면서 집에서 동거를 반대한다,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며 화를 내셨다 등등 가족들의 반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봤지만 우리는 걱정이 없었어요.

그와 그녀의 집 모두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독립적인 가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집에 돌아가 각자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그 주 주말부터 바로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바로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엄마, 나 오빠랑 같이 살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어디에서? 집은 있고?ㅎㅎ"


아마 딸이 연인이 너무 좋아죽겠다는 표현을 이렇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셨겠지요.

하지만 그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집? 지금은 없지. 그래서 주말부터 부동산 가서 알아보려고"

이때부터 엄마의 표정이 달라졌어요.

그녀가 그저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닌 걸 느끼셨을 테니까요.


"같이 사는 게 장난인 줄 알아?

그렇게 빨리 같이 살고 싶으면 결혼을 빨리 해 그냥."

엄마의 이야기에 그녀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아니, 살아봐야 평생 살 수 있을지 알 수 있지.

난 최소 1년은 같이 살고 결혼할 거야."



엄마는 아마 직감적으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말릴 없을 것이라는 것을요.

엄마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너.. 일단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엄마가 말할 테니까."


그녀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답했지요.

"아 그냥 빨리 이야기할래.

나 당장 주말에 집 보러 간다니까?

아빠는 그냥 늘 그랬듯 오케이 할 거야."


엄마는 한층 더 어두운 표정으로 말씀하셨지요.

"아니, 아빠가 정말 싫어할 거야.

그러니까 너 진짜 원하는 거면 엄마가 말할 때까지 조용히 하고 있어."


엥? 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녀가 무언가를 한다고 할 때 아빠는 늘 '그래'하고 말하는 분이었거든요.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그녀의 집은 선택도 본인이,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사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의견을 들으려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선택을 하기 전에 '내가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 하고 미리 알려주려 한 것이었죠.



이해가지 않는 마음은 이내 분노로 변했습니다.

"아니, 엄마아빠한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도 아니고 내 인생이잖아.

내가 내 인생 살아갈 플랜을 결정했다는 데 내가 왜 아빠 눈치를 봐야 해?"


언성이 높아지는 그녀를 보고 엄마는 더욱 단호하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이건 그동안 네가 했던 선택과 차원이 다른 문제잖아.

엄마아빠도 너를 이만큼 키웠으면 너의 인생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거 아니니?

지금은 엄마 말 들어.

네가 말하면 아빠는 정말 결사 반대할 거야.

엄마가 아빠랑 둘이 이야기해 볼 테니까 기다려."


그녀는 너무 불만스러웠어요.

하지만 엄마가 이렇게 단호할 때는 엄마 말을 듣는 게 좋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엄마가 아빠한테 잘 말하겠지. 그리고 뭐 어차피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상관없어'

그래서 그녀는 아빠에게 말하는 건 엄마에게 넘겨두고 그 주 토요일 그와 함께 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터졌습니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빠가 그녀와 동거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지요.

이야기가 오가다 결국 아빠가 소리를 질렀어요.

"무슨 동거는 동거야!

절대 안 되니까 그런 줄 알아."


그녀는 정말 납득할 수 없었어요.

어엿한 성인인데! 내 인생인데! 선택에 대한 책임도 다 내가 지는데!

왜 부모님이 된다, 안된다 이야기를 하시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같은 그녀는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했어요.

'결사 반대해? 상관없어. 난 할 거니까.

내 인생이니까 엄마아빠의 찬성 같은 건 필요 없어.

아빠가 절대 안 된다고 하면 아빠 안 보고 살 거야.'


그날 이후 그녀는 집에서 아빠를 피했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지요.

"엄마아빠가 반대한다 해도 난 할 거야.

그러니까 엄마, 어차피 할 거 나 지지해 줘.

아빠가 절대 안 된다 하면 나 아빠 안 보고 살 거야."



고집 센 두 부녀 사이에서 엄마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그녀의 동생도 그녀가 집을 비우는 사이 부모님과 열심히 대화를 하며 언니를 위해 부단히 애썼지요.

그 덕분에 그다음 주 주말 다시 한번 소통의 자리가 만들어졌어요.


그녀에게 엄마가 이야기를 꺼냈어요.

"우리.. 주말에 가족회의 하자.

너의 동거에 대해 가족회의를 하는 거야."


그녀는 가족회의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회의라는 건 그녀의 집에 있었던 문화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녀의 동거가 가족이 함께 회의할 안건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나의 삶의 방향을 왜 가족들과 회의씩이나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언제부터 우리 집이 그런 집이었는지 도무지 이해할래도 이해할 수 없었지요.


"왜 내 삶을 가족들이랑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 건데?

엄마 아빠가 선택하는 거에 대해 우리랑 회의해서 결정한 적 있어?

우리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왜 인생에 대해서 갑자기 회의를 하재?"


아빠와의 갈등에 대해 그녀를 달래며 이야기했던 엄마도 이번에는 아주 단호했습니다.


"너 혼자 큰 거 아니야.

네 삶에 이런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엄마아빠의 의견을 들을 필요도 있어.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않을 테니 너도 이번엔 좀 마음을 열고 들어봐.

우리가 무엇을 걱정해서 동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지.

너보다 오랜 시간 살아온 어른으로서, 그리고 너를 키운 부모로서 우리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잖아."


그녀에게 엄마의 말은 완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열고 들어보라는 엄마의 이야기에서 반성되는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래, 알겠어. 마음을 열고 들어볼게.

하지만 아빠가 또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나 일어나서 나갈 거야."


그렇게 우리는 그 주 주말 처음으로 가족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Next → : 예상치 못한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했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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