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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원하는 미래에 너만 없는 vs 상상해 본 적 없는 미래에 너와 함께

by 다움 Mar 11. 2025

그의 폭탄 발언 이후 우리의 여행은 눈물로 가득했어요.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흘린 그녀의 눈물은 광주 공항에 도착해서도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지요.

그는 그녀를 토닥이며 '그래도 여행 왔으니까 우리.. 지금에 집중하자.' 하고 달래주었어요.

그의 말은 그녀에게 '우리에겐 여행이 마지막이야'로 들렸습니다.


마지막... 이 여행이 끝나면 이제 서로를 볼 수 없다는 의미.

그 소중한 시간을 울기만 하다 끝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와 그녀는 간신히 눈물을 그쳤습니다.

눈물을 그치고 대신 서로를 눈에, 마음에 가득 담기로 했어요.



한 순간이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두기 위해 애요.

그는 그녀의 모든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로 작정한 듯 계속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요.

그녀는 눈물이 가득 차올라 그가 흐리게 보이는 때에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애써 미소도 많이 지었어요.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서로 닦아주면서 우리의 마지막을 웃는 모습으로 기억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죠.

지금 와서 다시 떠올려도 울컥하는 참 애틋한 시간이었네요..



3박 4일의 여행이 끝나가는 여행의 마지막 날, 그녀는 조급해졌어요.

그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아주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나.. 결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이는 안돼.."


충분히 고민하고 꺼낸 말은 아니었어요.

그저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 성급한 말이었습니다.

3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에 확신을 가지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죠.


그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어요.

그녀에게 그동안 그려온 미래를 지우고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것도요.


그래서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해 보자.

난 미래의 네가 나를, 그리고 지금의 너를 원망하며 살진 않았으면 좋겠어."


그의 답을 듣고는 그녀도 끄덕였습니다.

당장 그와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한 달간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각자 미래에 정말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


서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다음 그 과정과 각자의 결론을 한 달 후에 나누기로 했어요.

미래에 우리가 어떤 형태로 함께할 수 있을지(혹은 함께 할 수 없을지) 대안들을 정했고,

그 대안들 중 어느 쪽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것일지 한 달 후에 이야기하기로 한 거죠.


우리가 정한 4가지 대안은 이러했습니다.

1. 결혼하고 아이와 함께한다. (그가 원하는 미래)

2.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삶을 산다. (그녀가 원하는 미래)

3. 결혼을 하고 부부 둘만 함께 한다.

4. 우리 관계에 끝을 맞이한다.


그와 그녀는 이 대안 중 하나를 각자의 결론으로 가지고 6월 말의 주말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Next → :한 달 후에 만난 그와 그녀가 내린 결론]


-

+ 2025년에 와서 덧붙이는 그 당시 그와 그녀의 후일담


그녀: 당신 정말 그때 못된 사람이었던 거 알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서 자기 없이는 못 사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는  

'미안하지만 결혼 전제가 아니면 더 이상 못 만나겠어' 하고 말을 해?!

진짜 배신감 장난 아니었어.


그: 알지.. 나 정말 그 이야기하면서 너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했어.

그 상처로 인해서 다시는 연애조차도 안 하겠다고 할까 봐 정말 너무 걱정되고 미안했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던 거 알잖아.

내가 결혼 이야기를 그렇게 자주 했는데 넌 한 번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구!


그녀: 엥.. 당신이 결혼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그: 봐봐, 기억도 못하잖아. 그때 결혼 이야기만 하면 그냥 장난으로 넘겼다니까~~


- 역시 인간은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나 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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