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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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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Aug 17. 2016

[제 14장]

[2016년 8월 11일]

금일 새벽 1시경에 일어나, 새벽 5시 비행기를 타고 뭄바이에서 하이데라바드로 출장을 왔다. 출장 중 출장이랄까?

하이데라바드의 첫 느낌은 좋았다.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불어오는 23도의 산뜻한 바람. 공항 입구에 1열로 세워진 야자나무...
그렇다. 난 지금 별것도 아닌 일에 혼자 감동 받고 혼자 좋아하고 있다. 인도는 참 대단한 곳이지 않은가?

하이데라바드 공항 입구

여튼 공항에 도착하고 챙겨야할 화물이 있어서 화물 창고에 갔는데....지게차가 하나도 없다....모두 사람이 직접 끌고, 밀고 다닌다.
그냥 우리 화물...3박스를 받는데 한시간이 걸렸다...눈 앞에 그냥 있는데...서류 작업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공항을 벗어나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호텔은 문을 열자마자 충격이었다. 몸통이 없는 코끼리 상인데, 처음에는 징그러웠지만 나름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몸통이 없는 스님 상도 있지만..그건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첫 고객처를 방문하였고 고객처가 5층인 탓에 장비를 싣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음..여신 중 한명..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고...약 2초후 1층으로 떨어졌다. 1초후 다시 4층까지 올라갔다가 1층으로 떨어졌고, 다시 5층에 올라갔을 때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냅두면 정말 죽을거 같았고, 난 죽기 싫었기 때문에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다. 웃긴건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는데, 2층으로 떨어졌다. 나랑 같이 있던 인도 친구와 강제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잊지 않고 장비도 챙겼다.

패쇄 공포증이 없는 나도, 갑자기 닫힌 공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패쇄공포증이 생긴 겉 같았지만 5층이 넘어가면 계단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금방 공포증을 극복했다. 역시 사람이란..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점심을 먹으러 택시에 탔다. 신기했다. 그런일을 겪어도 배가 고프더라. 그래서 우리의 사랑 스타벅스에 다시 갔고,  고기 두배 샌드위치를 먹었다 (실제 샌드위치 이름이 Double Meat Sandwich).

더블 미트 샌드위치 인 스벅

한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여기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저녁 식사는 채식만 취급하는 식당으로 갔다. 인도에서는 채식을 하는 인구의 수요가 매우 높다. 그래서 어느 식당을 가던 채식 메뉴가 존재한다. 이 식당은 Chutneys (이하 쳐트니스)라는 식당인데 추천을 받아서 가게 되었다. 

stuffed Kulcha=속이 채워져 있는 쿨챠라는 빵

아무래도 사람이 채식을 하게 되면, 고기로 채우지 못하는 갈증을 다른 부분에서 찾게 되는 것 같다. 보통은 그냥 빵에 먹을 만한 음식이었지만, 아무래도 배가 고플거 같아서 빵에 여러가지 야채가 섞인 쿨챠를 시켰다. 겉으로보기에는 듬성듬성 야채가 섞여 있는 것같지만, 빵 사이를 뜯어보면, 감자, 옥수수, 고추 등으로 속이 채워져 있다. 약간 얇은 호떡같은 느낌이랄까?

쫀득쫀득하고, 갓 구워내서 아직 뜨거웠지만, 손으로 찢어 먹으며 카레를 찍어 먹는 그 맛은, 한국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빵 자체도 전혀 퍽퍽하지 않다. 오히려 촉촉하다. 개인 적으로 빵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밥으로 된 식단을 즐기지만, 쿨챠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사실 우리에게 제일 친숙한 인도 빵은 난 하나 뿐이지만, 인도에 온 후, 식사 중 즐길 수 있는 빵의 종류가 수십가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종류의 커리: (위) 두부커리, (아래) 레드 빈 커리

쿨챠와 함께 두 가지의 커리도 같이 시켰다. 하나는 레드 빈을 주 재료로 사용한 커리와, 나머지 하나는 주로 닭고리를 이용한 커리인데, 채식 식당이다 보니, 닭 대신 두부를 대체하여 사용하였다. 생각보다 인도에서 두부를 사용한 요리가 매우 많다. 두부의 식감은 약간 순두부에 비슷했다. 빵이랑 먹으면 무슨 맛이 있을까 싶었지만, 정말 담백하고 닭고기로 요리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당연히 다르겠지만) 색다른 맛이었다. 사람은 본디 잡식성으로 고기는 매 끼니 먹어줘야 한다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그런데 쳐트니스는 달랐다. 고기가 분명 없는데, 고기를 먹는 것 같았다. 정말 맛있었고, 만약 뭄바이에도 쳐트니스가 생긴다면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다르게 얘기하면 가끔 한 끼 식사로는 좋은 것 같다. 역시 난 채식이 안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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