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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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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Aug 17. 2016

[제 15장]

[2016년 8월 12일]

[인도 일기, 2016년 8월 12일]

하이데라바드에 있으면서 몇 가지 기억+추억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1박 2일의 스케줄은 생각보다 짧았다. 압축되어 있는 알집 파일을 압축해제하는 느낌?! 

이번 출장에서 지내게 된 호텔은 레디슨 블루 호텔이었다. 2인실이었는데 방 크기가 우리 사무실의 두배였다. 물롬 이 호텔에 대해 언급을 하는 이유는 방 크기 때문이 아니다. 몸통이 없는 코끼리 석상 다음으로 나를 놀라게 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호텔의 입구에 들어서면, 엄청 아름다운 재즈 풍의 피아노 선율이 흘러 나온다. 시끄럽기 보다는 잔잔하고, 춤 추고 싶기 보다는 흥을 돋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인조적인 것이 아닌, 마음 가는데로 연주하는 그런 선율이었다. 마치 길거리 즉흥 연주와 같았지만, 너무 과하지도 않고 조금 격식이 있는 그런 연주였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느 분이 선글라스를 끼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귀에도 뭔가가 꽂혀 있었다. 알고 보니 눈과 한쪽 귀가 불편한 분이었던 것이다.

물론 연주를 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실수를 실수로 넘기지 않고, 자신이 연주하는 즉흥 연주 속 악보의 일부분으로 녹여서 다시 연주를 한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겁나 자랑), 해외에서 공부를 하면서 누릴 수 있던 특혜 중 하나는 여러가지 악기를 접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스타킹에 출연 할 수준은 아니지만, 절대 음감도 있다.

그런데 이 인도판 스티비 원더 아저씨가 하는 연주는 몇달을 연습 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멋있었다. 

사실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저 아저씨는 저런 불행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쁨을 찾고 있는데, 나는 몇일 동안 엄청난 불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 그렇다고 불평을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고?! 내가 겪고 있는 이 일들을 피아노와 비교하면,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바로 바로 음을 연주한다. 그런데!!! 여기 일처리는 내가 아무리 건반을 후드려 패도 음을 연주하기 않기 때문에!!!!

인도 베드민턴 연합

그렇게 우리의 하루 일과가 시작 되었다. 인단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일단 앞 선다. 인도 배드민턴 국가대표 팀을 관리하는 배드민턴 연합에 우리 장비를 납품하였고, 매우 큰 만족을 보였기 때문이다. 옛 조선 시대에 나라의 기술을 적에게 팔아 넘기는 매국노의 기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게 전부 약 15,000원

납품건이 처리되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파서 KFC에 갔다. 장정 둘이서 4가지 메뉴를 시켰는데 (팝콘 치킨, 밥이 있는 팝콘 치킨, 버켓, 징거버거+치킨 4조각) 가격이 15,000원이었다.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KFC에 가면 저 가격이 가능할까?!?!

내 기억이 맞다면 징거버거+치킨 4조각에서 벌써 15,000원이 나왔을 것이다. 정말 행복한 점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할 수 없는 메뉴가 두 가지 정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밥이 같이 들어 있는 팝콘 치킨이 있는데, 맛은 요즘 개인 방송 BJ들이 즐겨 찾는 치밥에서 약간 인도 풍이 나는 느낌이랄까? 일단 쌀이 노란색이고 길쭉하다. 원래는 흰색이지만, 강황을 섞어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노란 빛이 돈다. 다른 하나는 치킨의 종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념치킨, 간장 치킨 등이 있다면, 여기서는 스파이시 치킨 (?)이 있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절대 맵지 않다. 오히려 너무 짜서 먹기 힘들고, 솔직히 닭고기인지, 양념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KFC에서 사용하는 모든 닭 재료는 할랄 자격을 가진 업체로부터 공급 받습니다.

하이데라바드에는 무슬림 인구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서 어지간한 고기 요리는 모두 Halal(할랄) 이라는 의식은 거친 고기로 요리가 된다. KFC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특이하다고 느꼈던 부분 중 하나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증가하는 무슬림 인구 수요에 발맞춰, 할랄 음식을 수출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읽었던 것 같다. 쉽게 얘기하면, 아마존의 전사들은 사냥을 나가서 잡은 동물의 숨통을 끊기 전에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신에게는 김사를, 부득이하게 사냥감으로 희생 당하게 되된 동물에게는 미안하다는 사죄의 기도를 드린다. 할랄도 같은 의미이다. 신에게는 소중한 식량을 주심에 감사하고, 동물에게는 사죄와 고마움의 기도를 올려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빌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끝내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래도 나름 집이라고, 뭄바이가 더 심적 안정을 주기는 개뿔, 그냥 악 보다는 차악을 선택 하는 것이라고 하자. 기분 좋게 공항에 도착해서 맥주 두어잔을 마시고 탑승구로 갔는데, 비행기가 연착됐다. 9시 45분 비행기였는데, 10시 10분으로 변해있었다. 어이가 없지.. 방송도 못 들었는데,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실제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부리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인도의 광복절도 8월 15일이기 때문에, 많은 인파가 공항에 몰리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Jet Airways의 고객 대처 능력은 정말 형편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짜증을 냈다. 앞으로 Jet Airways는 이용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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