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요덩이 Aug 17. 2016

[제 16장]

[2016년 8월 14일]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문구는 必死則生必生則死 (필사즉생필생즉사)이다. 죽기로 싸우면 살 것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 조금 문구를 수정해서 必食則生(필식즉생)으로 인용하고자 한다. "죽기로 먹으면 살 것이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래서 잘 먹는 친구들이 많다. 어디를 가더라고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지금은 비록 관리상의 이유로 휴면 상태에 있는 먹방 블로그도 있었다 (얼굴책에서 'RMB'를 찾아보세요).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모임의 목적 자체가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것이었다. 조금 한가해지면, 다시 그런 모임을 운영하고 싶다.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도에서도 여기 저기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하고, 나랑 같이 지내는 동료 또한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돌아 다니는 것을 매우 즐긴다. 

NO BEEF와 Partly Air Conditioned

그렇게 처음 들어간 식당의 이름은....Hotel Sahil이었다. 전혀 호텔이 아니지만, 이 곳에서는 그냥 평범한 식당에도, 호텔, 페밀리 레스토랑이라는 문구를 자주 사용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페밀리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VIPS나 TGI같은 곳을 떠올리지만, 여기는 그렇다

그리고 소고기를 취급하지 않는다. 소고기를 취급하는 곳이 있어도, 보통 물소를 재료로 사용하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소고기가 아니다. 그래서 인천 공항에 내리면, 버거킹에서 더블 치즈 와퍼를 첫 식사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Partly Air Conditioned의 의미를 알아냈다. 이런 식당의 경우 밖에서 보이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공간과,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또 다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역시 인도 특유의 냄세가 여기서도 느껴진다. 이곳에서 탄두리 치킨, 버터 치킨, 차파티를 먹었다. 아쉽게도 흡입을 해서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탄두리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 아마 인도에서 먹은 탄두리 중 가장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옛날 통닭 느낌의 탄두리였다. 버터 치킨은 잘 모르겠다. 맛있으면서 맛이 없었다. 진짜 말 그대로 잘 모르겠는 맛이어다. 차파티는 인도에서 먹는 또 다른 종류의 빵이다. 팬케익 같은 모양의 차파티는 나름 먹을 만 하다. 내 입맛에는 쿨챠가 더 맞는 듯 하다. 

저녁 때는 Dhaba라는 정통 인도 음식점을 찾아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통 한정식 집과 같다. 그릇 부터 컵, 먹는 방법까지 모두 정통 인도식이었다. 여기서 먹는 방법을 언급하는 이유는, 포크나 수저없이 손으로 먹기 때문이다. 메뉴의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왼쪽부터 닭을 이용한 커리요리 였는데, 듬성 듬성 섞여 있는 초록색 잎파리가 상쾌함을 줘서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은  Dhal Makhari라는 커리의 일종이다. 콩을 이용한 요리인데, 집에서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빵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그냥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버터+갈릭 난이다. 마지막 메뉴도 역시 빵인데, 개인적으로 이 빵이 지금까지 제일 입맛에 맞았다. 일반적인 난에 그 도깨비 고추를 섞어서 구운 것이다. 매콤 쌉사름하니, 입맛을 계속 당기게 하는 맛이었다. 한국에서 친구나 (올지 모르겠지만) 손님이 오면 같이 가기 좋은 곳이었다. 이제 나름 손으로 먹는 방법도 익숙해졌다.

최근 먹었던 음식 중에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다. 메뉴의 이름이 뭔지 몰랐지만, 삼겹살이 들어 있다는 설명을 보고 시켰던 메뉴였는데, 우리나라의 짜장과 같은 음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짜장하고는 비교하면 안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짜장이 더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짜장과 이 짜장을 조금 연구하면, 정말 맛있는 짜장면 집을 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면발은 솔직히 우리나라의 수타 짜장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스나, 고기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맛있었다. 특히 돼지 고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갈아서 넣거나 주사위 조각으로 썰어서 넣어주는 반면 여기는 무려 숫가락의 2배되는 크기의 삼겹살을 6덩이나 넣어줬다. 일본식 라멘을 짜장처럼 만든 느낌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이곳의 음식은 정통 인도식이 아니면, 대부분 동서양의 음식을 인도식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뭔가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30살 이전에 이국적인 음식을 많이 먹어야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고...그래서 더 열심히 먹으러 다닐 것이다. 운동도 물론 열심히 할 것이다. 必食則生!!!

매거진의 이전글 [제 15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