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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Aug 21. 2016

[제 19장]

[2016년 8월 20일 - 푸네 출장]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푸네 (Pune)로 출장을 다녀왔다.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정도에 위치해 있는 도시이다. 뭄바이를 벗어나는 시간만 약 1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한 숨 잠이라도 청하고 싶었는데... 길거리에서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실 장거리 운행은 차량을 구매한 후 처음이었기 때문에, 차량의 상태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동하고 싶어 아침 일찍 정비소에 들렀다. 그런데 역시... 중고차를 구매해서인지, 타이어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4개 중 3개의 타이어가 찢겨 있었고, 만약 그대로 운행을 했으면 타이어가 터졌을 것이라고 한다. 중고차 판매업자한테 전화를 했더니... Dog Sound만 하길래 더 이상 상종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에서 중고차량을 구매할 때는 꼭, 정비소에 들러서 확인을 할 것이다. 37만 원이라는 비용은 교육 비용으로 생각하겠다. 

여하튼 차량 점검을 마치고 이동을 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새우잠이었기 때문에 주변이 조용해지고 차량이 순조롭게 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을 때 내 눈앞에 나타난 풍경은 장관이었다. 

낮게 깔린 구름, 저 멀리 보이는 산, 좌우로 펼쳐진 광활한 평야는 순간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프로도와 샘이 오크에게 납치되고 그 뒤를 쫓는 나머지 반지 원정대의 모습!! 사실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다 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최대한 이쁘게 찍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이 광경은 어떻게 해서든 찍고 싶었던 나의 노력이 담겨 있다.

그렇게 달리다 도착한 곳은 휴게소였다. 뭄바이로 출발하기 전 방문한 고객처에서 만나기로 한 담당자가 늦게 오는 바람에 약 3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림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고객처에서는 마실 것을 권했고, 물을 달라고 했는데... 소금+설탕+라임이 섞인 물을 건네주었다. 비율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신 맛은 거의 없고, 짠맛과 단 맛의 오묘한 조합이었다. 처음에는 마시기 거북했지만, 자꾸 당기는 뭔가가 있었고 결국 한 잔을 비웠다. 짜단 짜단의 조합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짜단짜단 물

그 물 덕분이었는지 이뇨작용이 매우 활발해졌다. 분명 고객처를 나서기 전에 화장실을 한 번 방문했음에도 1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신호가 왔다. 고객처에서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지 못한 인도인 동료는 표정이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 마냥 점점 굳어 갔다. 이 동료가 힘들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휴게소가 2시간 거리를 달리면서 딱 한 곳뿐이었다.

한국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어지간하면 휴게소를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휴게소에는 너무 맛있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지출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휴게소를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때는 군대 시절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꼭 중간에 한 번은 휴게소에 들렀었다. 군인 신분이다 보니, 휴게소를 가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났었고, 알감자, 버터구이, 소시지 등을 구매해서 복귀행 버스에서 나만의 시식 행사를 갖는 것이 하나의 낛이었다. 물론, 나열되어 있는 음식들은 한 번에 구매해서 다 먹었다. 하나씩 먹으면 감칠맛이 나서 복귀해서 내내 생각이 났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여하튼 이 휴게소의 구조는 매우 특이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자동차들이 나름 지러 정연하게 주차되어 있다. 하지만, 주차 라인이 없기 때문에, 그냥 차를 대는 곳이 주차장인 것이다. 화장실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부분 접근성이 편한 위치에 화장실이 있는데, 인도 휴게소의 화장실은 본 건물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위생상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실을 들어가도 냄새가 없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냄새가 없는 화장실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뭄바이-푸네 휴게소

 두 번째는, 페스트 푸드점이 휴게소에 있다는 점이다. 맥도널드와 KFC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패스트푸드 점을 못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저 좁은 공간에 약 1.5평 남짓한 공간을 가진 30여 개의 인도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장사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식사 공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휴게소에서 음식을 구매하면 실내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휴식+식사를 즐기는 곳이라고 하면, 여기서는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라"식의 배짱 장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문은 실내에서 하되, 식사는 야외에서 한다. 배고픈 (사실은 더러워서) 파리들로부터 음식을 사수하며 야외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내가 외국인이라 쳐다보는 사람도 많고 (뚫어지게 쳐다본다), "칭챙총"을 남발하며 놀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전의 성격이었다면, 나를 쳐다보는 사람에게 가볍게 엿을 던져줬을 것이고, "칭챙총"의 'ㅊ'만 입에서 나오려는 기미가 보였으면 잘 못했다고 빌 때까지 전신 마사지를 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바뀌고 있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고 "칭챙총"거리는 아이에게는 "I am not Chinese"라고 얘기를 해주면 오히려 아이가 얼굴이 붉어져서 도망을 간다. 어떻게 보면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식사 (사실 엄청 짜증 난다)를 대충 마치고 무사히 뭄바이로 복귀를 해서 이렇게 또 하나의 일기를 쓰고 있다.

사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뜻깊은 만남은, 2012년 미스터 유니버스 (Mr. Universe)를 수상하였고 미스터 인디아 (Mr. India)를 6차례, 미스터 마하라슈트라 (Mr. Maharashtra)를 5차례 수상한 Mr. Sangram Chougule (상그람 쵸굴레)를 만났기 때문이다. 프로 보디빌더임과 동시에 여러 피트니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걸어 다니는 간판이나 마찬가지인 분이다. 그런 사람을 그냥 전화 한 통으로 사무실에 찾아가서 만난 것이다. 

이 분의 열정, 에너지,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비록 30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었고, 인도의 많은 이들이 이 분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Mr. Sangram Chougule에게 감사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미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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