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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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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Aug 26. 2016

[제 20장]

[2016년 8월 23일-방갈로로 출장]

푸네 출장 후, 하루의 휴식을 지냈다. 아직 젊어서 장거리 출장도 하루 정도의 휴식이면 거뜬... 하기는 개뿔... 피곤해 죽을 것 같다. 장거리 비행은 그냥 푹 자고 일어나면 되는데, 단거리 비행이다 보니, 잠이 들법하면 일어나야 한다. 방갈로로 출장에 대한 얘기는 내일 출장이 끝나면 적을 예정이다.


오늘은 출장 오기 전날 저녁에 대해서 조금 언급을 하고 싶다. 그 날은 갑자기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었던 날이다. 딱 삼겹살이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고기판에 고기를 구워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나의 인도 생활도 어느덧 5주 차에 접어들고 있으니, 슬슬 한국 음식이 입질이 오기 시작하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인도에 있는 아시아 계열 식당들은, 한. 중. 일. 타이의 짬뽕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한. 중. 일 음식을 한 음식점에서 같이 파는 경우이고, 고급 식당의 경우에는, 한식과 일식을 같이 판매한다. 만약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조합일 것이다.


그러던 와중, 제일 한국스러운 식당을 찾았는데, 식당의 이름이 '행복'이었다. 영어로는 'Hengbok Korean Restaurant'이다. 만약 한국에서 인도로 출장을 왔거나, 잠시 여행 중인 경우, 혹은 여행을 기획 중인 경우라면, 한식을 먹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돌아갈 날이 확정되어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한국 음식을 먹더라도 맛이 없을 것이다. 2주일 정도 인도에 있을 예정이라면, 한식을 제외한 음식들을 시도해보라고 추천할 것이다.

그동안 일기를 구독했던 독자들이라면 인도에서도 한국의 맛을 찾아서, '한국인의 밥상'의 최불암 선생님에 빙의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일 만족할 수 있었던 식당은 '행복'이었다. 이 식당은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그런 곳이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Korean BBQ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고기 굽는 장면이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그런데 이 가게에서는 무려 삼겹살 구이를 먹을 수 있는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타지에서 한 달 이상 생활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냄새가 그 어느 보약보다 효과가 좋다는 것을...

삼겹살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이다. 김치를 둘둘 말은 삼겹살을 입에 넣고 씹고 소주를 한잔 딱! 그럼 Two Men 짭짭, One Man Die, I Don't Know (한국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것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냥 소주도 아니고, 한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참이슬 후뤠시가 인도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을 가져오는 동시에 인도의 생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것이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일단 술에 대한 세금이 매우 높은 편이라 두 명이서 두병 정도 먹으면 밥 값을 포함해서 10만 원은 그냥 나오는 수준이다. 인도의 4인 한 끼 식사가 2만 원이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사치이며, 돈 많은 인도인들만 한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한식에 맛을 들인 인도인들은 자주 찾는다는 점.

왼쪽부터, 양파->라임->망고 피클

인도에서 카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반찬(?)은 생양파, 라임, 망고 피클이다. 인도의 음식 자체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느끼하고, 맵지 않고, 짭조름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뭔가 상쾌한 것을 찾게 되고, 그렇다 보니 위 3가지 반찬이 나오게 된다. 양파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양파가 아니다. 알이 매우 작고 맵지 않다. 다만 취식 후 구강내의 양파 냄새는 더 심한 편이다. 라임은 그냥 라임이다. 코로나 (Corona) 맥주에 넣어 먹으면 그렇게 상쾌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망고 피클은 우리나라의 김치와 비슷하다. 약간 깍두기의 느낌이랄까? 덜 익은 망고를 조각내어 피클로 만든 것인데, 신맛이 강한 동시에 짜다. 피클 한 조각으로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도 시크릿 레시피가 있다. 양파를 슬라이스로 썰어달라고 한 다음, 후추와 소금을 뿌리고 라임을 뿌리는 것이다. 그냥 들었을 때는 정말 맛없을 것 같지만, 신선하고 맛있다. 사실 김치 생각이 적은 이유 중 하나도 양파 덕분인 것 같다. 한 끼 식사에 양파를 혼자서 2 접시에서 3 접시 정도 먹게 된다. 예전에 뉴스 기사에서 중국인들이 느끼한 음식을 먹어도 심장질환이 적은 이유가 양파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했었다. 건강해질 것 같다.

요즘 인도 일기의 연재가 뜸해지고 있다. 최근에 인도의 가장 큰 피트니스 업체인 Golds' Gym에 교육을 다니면서 약 3곳을 출장 다니다 보니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호텔에서 연재를 시도하였으나, 가장 큰 문제는 호텔 인터넷이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사진이 업로드가 되지 않다 보니 발행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좋은 호텔도 있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일기에는 인도의 인터넷, 통신사, TV 등과 관련된 얘기를 좀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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