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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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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Aug 28. 2016

[제 21장]

[2016년 8월 28일 - 인도에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작년 8월 15일은 나한테 있어서 매우 힘든 시기였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기 위해, 일반인 동호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던 와중 쉽게 접할 수 있는 병사모라는 (병뚜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금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이 모임을 탈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업무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같은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 

인도 일기에 약간의 특별함을 더하고 싶었고 회장님께 부탁을 해줬더니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 줬다. 어리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에 집중하고 더 발전해나가려는 모습이 멋있지만 내가 더 멋있기 때문에 칭찬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고맙다 우태야!


최근 방갈로로, 하이데라바드, 등 여기저기 출장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최근 일이 조금 꼬이면서 Kolkata (콜카타) 출장에 기존 2명에서 1명만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동료가 예약했던 호텔이 인도에서 귀신이 나오기로 소문난 호텔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앞서 납량 특집에서 얘기했듯이, 호텔의 반을 폐쇄하고 운영하는 그런 호텔 중 하나였지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당사자도 몰랐었는데, 예전에 인디고 항공사의 케빈 크루로 일했던 자신의 부인이 얘기를 해줘서 구글에 찾아봤다고 한다. 나도 믿지 못했기 때문에 구글링을 해본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 Kolkata Haunted라고만 쳐도 수두룩 빽빽하게 나오니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그렇게 서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주말이 되었기에, 포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Prime Mall (프라임 몰)이라는 곳의 한 볼링장이었다. 볼링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플스방, 당구장을 같이 운영하는 생각보다 규모가 좀 큰 곳이었다. 사진을 지금 보니 매우 만족스럽게 찍혔다. 아무런 보정이 없이 이런 사기 샷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엄청 낙후되어 있는 볼링장이었다. 볼링핀을 제대로 기계가 들지 못해 넘어뜨리는가 하면, 갑자기 기계가 멈추는 둥, 볼링장에서 볼 수 있는 어지간한 기기적 결함을 이날 하루에 다 목격했다. 볼링 신발도 따로 없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맨발로 쳐도 됩니다"를 외치는 직원이 신기했을 따름이다. 볼링공의 상태도 매우 불량했다. 무슨 아스팔트 바닥에 굴렀을 법한 상처들이 여기저기 있었는데, 옆에 볼링을 치던 인도인 그룹을 보고 대충 왜 그런지 느낌이 왔기 때문에 PASS. 한 가지 정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블루투스를 통해 핸드폰을 연동하면 내가 틀고 싶은 음악을 틀어서 볼링을 칠 수 있다는 점이다. K-POP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알린다고 딱히 정부의 한류 알리기 사업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역시 PASS!!

그리고 마무리는 기념사진 찰칵! 참 잘 어울리는 부부 한 쌍이다! 미녀와 야수의 느낌이랄까?

사진을 다 찍고 나니 저녁 10시쯤이 되었다. 인도에서는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아무 식당을 찾아가도 어지간한 곳은 영업을 한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나의 사랑 물담배+술+음식을 같이 판매하는 Sky Lounge라는 곳이었다.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DJ가 라이브로 음악을 틀어주는 그런 곳이었다. 가운데에는 춤을 추는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완전 꽉 차 있었다.

이 곳은 음악을 빼면 정말 별로인 곳이었다. 음식 자체는 맛있지만, 음식이 나오는 속도나 손님의 요청에 대한 반응 속도는 5점 만점에 -150점 정도이다. 그래서 다른 것들이 다 괜찮았어도 -150점을 만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재방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방문한 곳은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너무 좋은 곳이었다. Irish Pub (아이리쉬 펍)이었는데 Sky Lounge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걸어서 찾아갔다. 문을 딱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시원한 공기, EDM, 시원한 맥주, 흥에 겨워 소리 지르며 춤추는 인도인 젊은이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었다. 우리나라 클럽에서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자들이야 립싱크로 노래를 따라 부르다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춤을 추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인도는 클럽에서 떼창을 한다.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매우 큰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백 명 정도 되는 젊은 남녀가 떼창을 하니 스피커로도 감당을 할 수 없었다. 

들어서자마자 한 젊은 인도 남자애가 나를 툭툭 치며 춤을 추며 나한테 손 짓을 했다. 어차피 인도에서는 내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가뿐히 무시했다. 맥주를 주문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다시 툭툭 치며 춤을 추라는 손짓을 했다. 오는 손짓에 손찌검을 할 뻔했다. 남자가 남자한테 춤을 추라 하는 것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두 번이나 그러다니... 가만히 쳐다보며 약 3초 정도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던 이 dog baby는 그렇게 친구들에게 처맞으며 다른 곳으로 끌려갔고 그중 2명이 정말 미안하다고 사죄를 했다. 

이 곳의 클럽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의 클럽이 약간 서당의 느낌이라면 인도의 클럽은 흥부 자였다. 개인적으로 인도의 클럽 문화가 나와 더 맞는 듯하다. 남자가 더 이상 춤추자고만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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