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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Sep 04. 2016

[제 22장]

[2016년 9월 4일 - 정신없이 흘러간 1주일

나의 마지막 기록이 8월 28일이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벌써 2016년도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인도에서의 생활은 이제 적응기를 지나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은 놀라운 인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완전히 적응기를 지났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8월 29일 월요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동시에 월요병에  시달리는 날(?)이다. 매우 피곤하고 출근하기 싫고, 그냥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뜨는 나 자신의 주리를 틀어버리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매우 아프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 사극에서 주리를 트는 장면을 보고 궁금증에 동생들과 시도를 해본 결과, 매우 적은 힘으로 짧은 시간 안에 극한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알람이 울리기 3분 전의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각에 울리는 알람을 끈다.

알람을 끈 후에는 잠깐의 기도를 한다. 이미 엘리베이터에도 갇혀 봤고, 폭주하는 뺑소니 차량의 동승자로서 탑승을 했던 경험도 있던 터라, 나의 종교적인 믿음 누가 뭐라 해도 증대될 것이다.

나 이외에 많은 이들도 인도 일기를 작성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내 일기의 다른 점은, 거주자로서 모든 상황이나, 경험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일과 관련된 부분 이외에 여행을 왔을 때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월요일 아침 기분 좋게(반어법) 출근을 하고, 사무실에서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할 창고를 알아봐야 해서 나는 뭄바이 외각 지역으로 외근을 다니면서 칭고를 보러 다녔다. 그런데 중개인이 안내를 해주는 창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적재 창고가 아니라 산업용 창고에 가까운 창고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도에서 Warehouse라고 얘기를 하면, 산업용 창고를 뜻하는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물건을 적재했다가 출고하는 그런 창고는, Industrial Complex라고 한다고 했다. 나중에 꼭 참고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사실 인도에서는 Industrial Complex는 흔하지 ㅏㄶ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 한참 떨어진다.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던 와중에 한국과 일본 회사들이 주 고객인 회사를 찾게 되어서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인도에서는 내가 뭄바이에 있다고 해서 뭄바이에 창고를 구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할 경우, 이미 지불한 엄청난 금액의 세금 이외에 지방세를 별도로 또 지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시내에서 떨어진 지역에 창고를 비치하여 물품 조달을 하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도 정부에서 이런 복잡한 세금 관련 규정을 2017년 3월에 새로 적용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10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라 사실상 신빙성은 없다.


그렇게 월요일과 화요일을 보내고, 8월 31일 수요일이 되었는데, 우리가 평소에도 매우 탐탁지 않게 여기던 영업사원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 이 영업사원은 매일 제일 먼저 출근을 했다. 그리고 12시까지 모니터만 멍하니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12시에 영업을 하러 간다고 나갔다. 일단 제일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부분은 출근을 9시에 해서 3시간 동안 풀린 눈으로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영업을 한다고 나가는 부분이었다. 왜 오전부터 미팅을 잡지 않았는지부터 궁금했고,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매일 누구를 만나러 다닌다는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 결과물로 나타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실망스러웠고, 실망스러움이 결국은 짜증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이 생겨서 동료 2명이 근방으로 외근을 나가게 되어 연락을 했는데, 손오공도 아니고 차로 1시간 거리를 3곳이나 왔다 갔다 한 것이다. 추궁을 했더니, 12시에 외근을 나간다 하고 집으로 퇴근을 했던 것이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인도인들은 정말 거짓말을 잘... 아니 자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거짓말이다라는 느낌이 오면 100% 거짓말이고, 셜록 홈즈 발톱 수준의 추궁에도 금방 들통이 난다. 정말 거짓말을 자주 하지만 실력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나가더라도 혼자 조용히 나가면 되는데, 남아있는 영업사원에게도 바람을 넣어서 퇴사를 하게 만든 것이다. 나이도 88년생인 데다 애도 둘이나 있는 닝겐... 앞으로 정말 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선경지명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영업사원을 이미 채용한 상황이었다. 정말 적극적이고 열정이 많고,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들이다. 특히 한 명은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회사에 대한 자료 조사와 앞으로 어떤 고객층을 노릴지에 대한 자료조사를 나름대로 열심히 해와서 발표를 했었다. 열정만큼은 우리나라의 취준생들도 본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한 명의 경우는 약 2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데, 가족이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 남미나, 동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인도에서는 한국인들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북한 사람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대한민국에 대한 공부가 조금 부족하다. 그렇지만 분명 한류에 열광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영업사원의 가족들은 한류를 정말 좋아한다. 차에서 한국 노래를 듣고, 집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한다. 나도 잘 모르는 드라마의 내용을 더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 이 둘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오늘 내 일기의 표지는, 인도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팔 달린 코끼리다. 저 코끼리로 말하자면, 탄생일은 인도 정부에서 인정하는 공식 휴무일 중 하나이며, 특히 Maharashtra (마하라슈트라) 지역에서 가장 크게 여는 행사 중 하나이다. 저 코끼리는 Ganesha (가네샤)라는 인도의 30억 명 정도 되는 신 중 한 명으로 그래도 상위권에 있는 신이라고 한다. 인도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너무 많은 신들이 존재한다는 부분인데 알고 봤더니 30억 명의 신들은 모두 하나의 신이라고 한다. 다만, 그 신이 다른 시대에 다른 형상으로 나타났고, 그 모든 신을 각각 다른 존재로 모시기 때문에 30억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디즈니에서 간접적으로 Ganesha에 대한 장면을 나타낸 영화가 개봉이 되었다. 

디즈니 "정글북"

난 개인적으로 디즈니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한 달 동안 디즈니 랜드에서 노는 것이다. 위 장면은 모글리가 호랑이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고 퓨마와 함께 인간 마을로 내려가는 도중 만나는 코끼리 무리인데, 퓨마가 모글리에게 눈을 마주치지 말고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라고 한다. 코끼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정글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하며 코끼리를 창조주로 나타낸다.

가네샤도 마찬가지이다. 신화 속에서 가네샤는 세상을 창조한 신이다. 공기, 물, 숲, 동물 등 모두 가네샤로부터 창조가 되었다고 한다. 모글리의 역할을 맡은 아이가 인도인이라는 점, 모글리라는 이름 자체도 인도에서 사용되는 이름 중 하나라는 점, 그리고 코끼리를 창조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 등을 모두 미루어 볼 때, 디즈니에서 철저한 계획 속에 영화를 촬영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거에서는 북과 장구를 치고 길목마다 가네샤를 상징하는 상징물들을 세우고 있으며, 길거리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동료들이 나가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에 외국인 두 명은 쉬운 타깃이 될 수 있고,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일은 나가서 인도의 최대 축제가 어떤 것인지 한번 느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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