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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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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Sep 25. 2016

[제 24장]

[2016년 9월 25일 - 인도와 파키스탄]

9월 20일 갑자기 출장이 잡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관 통과가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진행되었고, 고객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에 부랴부랴 비행 스케줄을 잡아 Bangaluru (벵갈루루)로 3박 4일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도시 명이 심심치 않게 바뀌고 있다. 뭄바이도 예전에는 봄베이로 불리었고, 벵갈루루도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Bangalore (벵갈로)로 불렸다. 이름이 왜 바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모디 총리가 더 나은 인도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생각된다. 새로 이름을 정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뭐 이런 느낌의 정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쓸모없다고 생각된다. 어항에 비유를 해서 설명을 하면, 어항 물이 더러워지면 새로운 물을 갈아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항의 내부를 청소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물을 갈아도 물은 금방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어쨌든, 벵갈루루의 출장은 힘들었다. 세관 통과로 인해 납품이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고객의 혈압은 이미 히말라야 급으로 높아져 있었다. 장비를 들고 들어가자마자 속사포로 온갖 욕을 던지기 시작하며 랩을 하기 시작했다. 흡사 '언프리티 랩스타' 디스전에 참가한 기분이랄까? 하지만 나도 성격이 가만히 앉아서 "예~예~" 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은 내 주변 친구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차분히 고객을 앉혀놓고 "Could you please listen to me before you start saying these shits to me"라고 시작을 했다. 편의상 국문으로 정리를 하면 "우리는 장비를 이미 3주 전에 받았다고 연락을 받았지만, 당신네 나라의 썩어빠진 시스템이 뒷돈을 받을 명목으로 우리 장비를 3주간 묶어두고 있었기에 장비 납품이 늦었다. 당신 나라가 어떤지 더 잘 알지 않느냐?라고 하자 자신도 부끄러웠던지 급 목소리를 낮추고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난 영업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허리를 숙일 필요를 못 느꼈다. 하지만 분명 납품일을 지키지 못했던 부분은 우리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두 번째 고객 역시 약속된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나타나면서 당당하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보는 거만함을 보였다. 뭐 여기까지는 대충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부분이라 크게 신경을 안 썼지만, 대화를 하는 동안 너의 상급자랑 통화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인도에서는 그 사람의 직책을 매우 많이 본다. 내가 헬스장 주인이면 최소 매니저급의 직책이 와서 응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얘기했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인도 총괄 매니저라고. 그랬더니 갑자기 의자를 내주고, 물이라도 마시고 싶지 않나며 다른 사람 대하듯이 나를 대했다. 

인도에서는 다른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강자 앞에서는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강자라고 인식되는 순간 상대를 바로 깔아버리는 점은 참... 아프리카 사파리에서나 볼법한 약육강식의 세계인데, 그걸 여기서 느낄 줄이야...

하지만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지탱해주었던 호텔 음식들은 정말 대박이었다. 

탄두리 치킨...

사진의 보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진은 보정을 하면 너무 맛없어 보인다. 제대로 된 탄두리를 먹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이 된다. 더군다나 닭다리살로만 만든 탄두리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맛을 안겨준다. 

탄두리 치킨이 6조각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같이 주문한 Mixed Grill Platter였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지금 저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모든 요리는 채식이라는 점이다. 고기가 단 한 점도 섞여 있지 않았다는 점! 채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인도에서는 다양한 채식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내가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하단에 두부처럼 썰려 있는 요리이다. 인도에서는 파니르라고 불리는데 언뜻 보기에는 두부처럼 생겼다.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카레나 기타 다양한 요리에 파니르를 자주 활용한다. 파니르는 인도에서 우유를 이요해 만드는 치즈의 일종이다. 처음 한 입에서는 아무 맛을 느낄 수 없어 무슨 맛에 먹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한 입에 다 먹었더니,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는 고소한 치즈향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파니르도 가득) 매운다. 

마지막... 굳이 설명을 해야 할까? 닭다리 옆에 있는 저 음식의 정체는 새우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새우가 닭다리보다 컸다. 닭.. 이 더 작았다.

사실 오늘의 주제는 호텔이나, 음식이나, 출장에 관련해서 기록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출장 중 있었던 일에 대해서 기록을 하고 싶었지만,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매우 급격히 냉랭해지고 있어서 그 부분을 내가 직접 인도에서 보고 들은 내용으로 기록을 하고 싶었다.

사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매우 복잡하다. 대한민국의 남북관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복잡함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를 하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최근 내가 인도에 온 이후로 인도는 총 2차례 파키스탄의 군사적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1차 공격은 Kashmir (카쉬미르) 지역의 군인 캠프를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총 18명의 인도 측 군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2차 공격은 내가 출장 기간 중에 발생했다. 카쉬미르 지역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있었다. 

쉽게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남북관계의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국가에서 독도를 놓고 영토 분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파키스탄에서는 카쉬미르를 인도에서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인도 측에서는 카쉬미르 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 활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군사적 협력도 받고 있다. 러시아가 파키스탄에 대한 협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가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내가 봤을 때 푸틴은 파키스탄을 하나의 전략적 요충지로 중동 진출의 전진 기지로 생각하고 협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점은, 카쉬미르 지역의 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지고 사상자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모디 총리가 전쟁 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모디 총리는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의 진정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라고 말은 하였지만, 두 국가 모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파키스탄과 인도의 군사적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고, 두 국가 모두 핵 보유국이며 미국과 러시아라는 거대 국가가 뒤를 봐주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결과가 어떨지 두 국가의 총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이 기회에 한국 대사관의 위치를 좀 파악해둬야 할 것 같다. 비록 전쟁의 가능성은 낮지만, 알아둔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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