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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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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Oct 01. 2016

[제 25장]

[2016년 10월 1일 - 복잡한 세관 통관 절차]

사무실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본격적인 업무 마련을 위한 기초 단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여러 부분에서 세부적인 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건들은 마무리가 되었다. 

사무실이 안정화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서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그 이전에 인도에 대한 대략적인 업무 환경에 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인도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회계 관련 공부, 인도에 거주했거나 하는 분들의 경우라면 인도의 세금계산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다. 큰 틀에서 설명을 하자면, 중앙 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과 지방 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이 별도로 존재한다. 지방 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은 인도의 각 지방마다 다르다. 약간은 미국의 주 정부 시스템과 비슷핟. 여기서 추가되는 세금이 몇 가지가 있다. 물품을 수입하게 되면 발생하는 물품 수입세 (Octroi)와 서비스 세금이 별도로 추가되게 된다. 

인도의 식당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저체 가격의 약 50% 정도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인도의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매우 실천하기 힘든 일).

물품을 수입하게 되면, 지방 정부에 어떠한 물품을 수입할 예정이고, 어떤 용도로 쓰일 것이고, 고객 층은 누가 될 것이며, 나는 지방 정부에서 이를 승인하는 것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이 절차를 진행하는 제3의 업체에서 대리로 진행하는 것 역시 승인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문서를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하는 절차는 Special Valuation Branch (SVB)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SVB는 한국에 있는 본사와 인도에 있는 회사 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투명한 수출입을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서약서와 같은 등록이다. 이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부러운 이 인도에 도착을 하더라도 세관에 막혀서 1달이 지나도 물건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필요한 서류들을 한번 나열해 봤다. 최초 수입 시에만 필요한 서류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SVB의 경우 한 번 등록을 하면 3년 후 갱신을 해야 한다.

1.  IEC Copy

2.  Central Excise Cert./SSI/ Sales tax certificate copy

3.  AD (Authorized Dealer) Code à AD Code has to be obtained from youBank 

4.  Customs authorization letter – Format attached, kindlyfill up require details and take print out on letterhead and stamp sign

5.  Gatt Declaration / Small declaration – Format attached , kindly take print out on blank paper and stamp andsign ( 1 copy each) 

6.  N’-Form – Kindly take print out on plain and stamp and sign ( require 2 copies) 

7.  N form facility issued by Mumbai Municipal corporation.

8.  N’-Form Undertaking- Kindly takeprint out on plain paper and Stamp and Sign ( Require 1 Copy) 

9.  Actual user declaration RE44- Kindly take print out on letterhead andstamp and sign (please fill your end use details)

10.SVB order copy/ PD bond details (if require)

11.Previous B/E for same Item ( if any)

12.Catalogue/ Literature/ Test Certificate/ Analysis Report

13.Certificate of Origin

14.Duty Exemption Cert. / Import License if any if any for duty benefit/RCMC

15.Letter of Credit

16.Insurance Copy 

17.Pre-pasted MRP details

18.BIS/ WLRO/FSSI NOC

19.KYC Form- Format attached (please fill all details and support requiredocs)


중요한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수많은 절차를 끝내고 물건을 받으려고 할 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사실 이렇게 난관에 여러 번 봉착하는 이유는 제 3 업체가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있거나, 처음 하거나, 생각을 안 하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불러다 놓고 She's Gone (쉬즈곤)의 가사를 욕으로 바꿔 30분간 갈구면 그제야 I am sorry라는 말과 함께 업무가 진행이 그나마... (100%는 절대 아님) 진행이 된다.


두 번째 난관은 만약 장비가 무선 (블루투스, 와이파이, 적외선 등)으로 작동되는 기능이 있다면 생기는 문제이다. 저 수많은 절차를 다 밟고 나서도 세관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확인한 결과... 무선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Wireless Planning & Coordination (WP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나 이 절차 밟아야 하니까 접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온라인 지원서를 작성해야 하고, 그 이후에 WPC 사무실을 방문해야 한다. 준비해야 하는 절차는 아래와 같다. 

1. Online application at http://wpc.gov.in

2. Duty filled hard copy application at http://wpc.gov.in/content/8_1_Proforma.aspx

3. DD of RS.10,000 in favor of "CAO (Cash), Mumbai"

4. Authorization letter from Manufacturer to apply for Equipmetns Type Approval

5. Undertaking that the applicant has not applies to other Regional Licensing Office for the product

6. A brief description of use and functionality of the product

7. A copy of relevant Gazette Notification (for example for wifi 2.4 GHz Gazette)

8. EMC Test Report containing parameters data as mentioned in the relevant Gazette notifications.

이렇게 총 8 개의 문서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좋은 점은, 이러한 양식이 정부기관에 이미 있어서 해당 양식에 맞춰서 제출만 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인도의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양식을 바라면 안 된다. 정부기관에서 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경우 등록을 진행해주는 제3 업체에서 양식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황당한 사건은, 우리가 이번에 택한 EFL이라는 업체는 해당 양식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왜 이런 양식이 없냐라고 묻자 정말 당당하게 "우리도 처음 하는 거라 잘 모른다", 라는 답변을 했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좀 즐긴다. 즐긴다기보다는 맛있는 음식이 완성이 되었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지금 요리와 비교를 하면, 토스트를 만들어 먹으려고 하는데 땅콩잼 대신 된장을 펴 바르고, 그걸 먹을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거랑 같다고 보면 된다. 아니다... 다 먹고, 땅콩잼 맛이 되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탁자를 봤는데 된장을 펴 발라 먹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랑 같은 기분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로 결정하여 뭄바이의 남쪽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남쪽에 가보기로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Hanging Garden (행잉 가든)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네이* 검색 결과, 행잉 가든은 호수 위에 지어진 공중 정원으로 뭄바이의 빈부의 격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정말... 글을 엄청 으리삐까하게 잘 써놓은 것 같다. 

물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입구는 막혀 있었고, 경비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호수 위라고 했는데, 호수라기보다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더군다나 우리가 생각했던 빈부의 격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고, 주변에 높은 타워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도심 한복판에 있는 평범한 공원이었다. 그냥 요가하는 아저씨와, 이 아저씨를 사진으로 찍어가는 사람들, 노년층의 운동장, 인도의 종로, 인도의 동묘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이 주변에 '침묵의 탑'이 있다는 정보도 받았지만, 확인은 불가능했다. '침묵의 탑'은 인도의 파시족들이 장례를 치르는 곳이고, 엄격히 해당 종교인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시체를 독수리들이 쪼아 먹게 방치를 해두고, 뼈는 탑 가우데 우물에 넣어서 바다에 흘러가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독수리는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어려웠다. 반면 엄청난 까마귀 때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까마귀 똥을 맞을까 봐 엄청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똥은 맞지 않았다. 독수리 계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는데, 침묵의 탑에서 까마귀들이 시체를 쪼아 먹는 거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정말 신기했던 부분은 10분 남짓한 사이에 저 많은 까마귀 때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톡 까놓고 얘기해서, 두 번은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  해도 떨어졌고 사실 배도 많이 고팠다. 주변에 Taj Hotel (타지 호텔)이 있었기에 식당도 많았고 운전기사의 추천을 받아 벨기에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벨기에 음식점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지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결정한 곳이 'The Table'이다. 

이 식당의 경우 매우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낸다. 맛 또한 매우 고급 지다. 다만 양이 매우 적다. 간에 기별이 닿을까 말까 한 양으로 4인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격 (인도 음식 기준)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단, 중요한 사실은 아직 인도에서나 한국에서나 맛볼 수 없는 맛을 내고 있었다. 정확한 음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Korean Kimchi... 뭐라고 적혀 있었기에 애국심에 시킨 음식이었다. 일단 김치가 들어가 있으니 두 번 고민은 하지 않았다. 놀라웠던 점은 일반적으로 나오는 고명이 닭고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소고기 고명이 나왔다는 사실이 정말 매우 놀라웠다. 소고기였는지 물소였는지 진위 파악은 되지 않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라고 배웠다. 

두 번째 메뉴는 Grilled Tenderloin이었다. 떡 튀김 처렁 생긴 저 튀김의 정체는 소 지방이었다. 아직 왜 지방을 튀겨서 줬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소고기 위에 올려져 있는 알맹이들은 통마늘 절임(?)이었다. 소고기의 느끼함을 달래주기 위해 나온 것 같은데, 역시 의도는 파악하지 못했다. 

대망의 재료인 소고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보겠다. Tenderloin은 소고기의 안심이다. 소고기 부위 중에서도 특히나 적은 지방질과 부드러운 육질, 담백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부위에 해당된다. 일단 양은, 딱 한입이었다. 한 조각당 한입이면 먹을 수 있는 크기였기에 칼질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질기고 텁텁한 안심은 처음 먹어봤다. 씹으면 씹을수록 씹을 수밖에 없는... 그래도 나름 고급 레스토랑이었기에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 인도의 상류층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과 같은 곳을 둘러봤다. 길거리며 건물이며 모두 상인들로 꽉 채워져 있었고, 노상을 펼쳐놓고 호객 행위를 하는 등, 동대문 하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한국으로 가기 전, 한 번 더 들를 것이지만, 현재로서 내가 느낀 점은 확실하다. 상인들이 제시하는 가격에서 1/3 가격으로 흥정을 해야 시세에 맞게 샀다는 것이다. 이 곳 상인들의 패턴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일단 외국인이기에 가격을 엄청 높게 부른다.

2. 가격을 들은 외국인은 집었던 물건을 내려놓고 갈 길을 간다.

3. 한 발걸음에 가격이 10%씩 내려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4. 발걸음을 돌려 다시 상인에게 간다. 

5. 상인은 네가 가격을 제시해보라고 한다.

6. 난 1/3 가격을 제시한다. 

7. 상인은 원래 가격에서 50%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다.

8. 난 처음 부른 가격을 다시 제시한다.

9. 3번 정도 7~8번이 반복되면 결국 1/3 가격으로 구매를 진행한다.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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