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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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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Oct 16. 2016

[제 26장]

[2016년 10월 16일 - 지난 2주간의 기록]

지난 2주는 사무실보다는 외근/출장을 많이 다녔다. 우기가 끝나는 시즌이기도 하니, 여러 가지 행사나 전시회도 가장 많이 진행되는 시기 이기도하고 다시 말해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비록 우기는 끝났다고 하나, 사실 크게... 달라진 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도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서 날씨 예측이 불가능하다.

인도 일기 초기 단계에, 이 곳 사람들이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들고 다니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이웨이로 다니던 사람들이 정말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러고 다닌다. 그리고 왜 우산을 쓰지 않는지도 알게 되었다. 비가 오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조금 과장을 하자면 우산을 필 때쯤 비가 그치고 접을 때쯤 다시 비가 온다. 애꿎은 우산만 접었다 피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니, 사실상 우산이 필요한 상황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비가 내릴 경우일 뿐이다.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산이 없어서 새로 사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우산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인도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내가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인도를 기억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었던 이유가 그 주된 이유이지만, 다른 하나는 인도를 정말 방문하고 싶어 하는 한 친구가 계속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9월에 등록을 마쳤던 헬스장이 드디어 개장을 했다. 1년 등록비가 30만 원이고 24시간 365일 운영을 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개인 헬스장보다 이런 프랜차이즈 헬스장이 대세다. 개인 헬스장의 경우 인도에서 추앙받는 보디빌더나, 스포츠 스타가 아닌 이상 성공이 힘들기 때문이지만, 인도의 문화적인 이해도나 정서 자체가 수입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좋아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헬스장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헬스장이다. 인도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공사 단계에서부터 예약자가 200명을 넘었다. 그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어서 사은품도 이것저것 받게 될 예정이다. 역시 공짜는 좋다.

위스키에 대해서 네이버 검색이나 약간의 공부를 하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양주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필수 요소는 365일 변하지 않는 후덥지근한 기후에 있다. 그래서 대만의 경우 비교적 싼 가격에 서양의 위스키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로를 할 수 있고, 최근 부상하는 위스키 제조국가로 뜨고 있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있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1년 내내 후덥지근한 기후가 지속되다 보니, 위스키 생산에 적합한 기후 환경을 가지고 있다. 좌측에 있는 위스키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인데 단순히 맛으로만 비교하면 밸런타인보다 맛있다. 입이 싸구려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나름 훌륭한 위스키라고 생각된다. 인도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부정적이기에, 그걸 먹고 봉사가 되면 어쩌려고 하냐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아직 내가 브런치에 글을 잘 쓰고 수정하고 있으니, 못 먹을 재료를 이용해서 위스키를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맥주는 BIRA (비라)라는 맥주이다. 맥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라 믿는다. 비라의 경우 ALE (에일)의 한 종류인데, 정확히 어디서 생산되는지 확인을 아직 못하고 있다. Imainged In India라는 슬로건이 있기는 한데... 인도에서 그냥 상상만 해봤는데 벨기에랑 프랑스에서 맥주를 만들었다는 건지... 출처가 약간 불분명한 맥주이다.

하지만 이 맥주가 지금 인도에서 없어서 못 파는 맥주 중 하나이다. 오렌지향이 나는 뒷맛이 정말 일품이고, 인도 맥주로 잘 알고 있는 King Fisher (킹피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나는 에일을 매우 즐기지 않는 편인데, 비라는 정말 괜찮은 맥주다. 사진에 보이는 비라는 약 한 달간 비라를 못 찾은 우리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나타났다. 그래서 고민 없이 비쳐를 시켰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플라스틱 통이 아니라 유리잔에 담겨 나왔다. 맥주보다 사실 저 병이 제일 탐났지만, 가져갈 수는 없었다.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도 아마 생각나는 맥주 중 하나일 것이다. 병이라도 챙겨서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을 생각이다.

 오늘 표지에 사용된 사진은 인도의 또 다른 신이다. 앞전에 소개되었던 코끼리 신의 어머니라고 한다. 세상 만물의 창조자인 동시에 모든 신의 어머니라고 한다. 영어로 "Mother of All Gods"라고 한다. 그래서 약 9일 동안 또 북 치고 장구치고 폭죽을 터뜨리는 행사가 진행이 되었다. 브런치를 위해 목숨 걸고 촬영한 짧은 비디오 한 편이다.

국가에서 공식 인증한 휴일은 월요일 하루였지만, 대부분 오전에 직장을 마치고 오후 늦게 길거리에 나가 행사를 즐긴다. 다른 특이한 점은 차에다가 꽃을 달아서 치장을 한다는 점이다.

치장을 하는 방법도 제각각 (가지가지한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실)이다. 한 가지 문제점은, 저 꽃을 행사가 끝나고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는다. 달리다가 꽃이 한두 송이씩 떨어져 나가거나, 고속 주행 시 꽃이 통째로 뜯겨 나가 다른 차 유리에 떨어진다. 실제로 푸네 출장 중, 앞서가던 차량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꽃들이 뜯겨 나오면서 우리 차를 가격 했다. 차가 파손되거나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달리는 차에 뭐가 날아온다는 것은 공포스러웠다. 

출장지에 무사히 도착을 하였고, 여기저기 고객처를 방문한 후 호텔로 복귀를 하는 데, 같이 출장 온 인도인 직원이 푸네는 젊은이들의 도시라고 하면서 막 푸네의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물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내가 푸네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건 할아버지 할머니 아니면 애기들이었기에 믿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내 생각은 적중했다. 젊은이들의 도시는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그러다 문득 물담배 얘기가 나왔고, 좋은 물담배 가게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저녁도 먹을 겸 찾아갔다. 인도인들이 외국인이라면 정말 가격을 200%~300% 인상해서 부르기 때문에 처음에 따라 들어가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가격대를 파악하고 시샤를 달라고 했더니 쥐똥만 한 물담배 파이프를 하나 보여주면서 750 루피 (한화 약 1만 6천 원)를 불렀다. 이 아저씨가 나랑 장난을 하나... 이미 가격을 다 파악하고 들어왔는데도 두배 이상의 가격을 부른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저런 물담배 파이프를 구매할 예정이었다면 뭄바이에서 구매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냥하게 저다 치워달라고 얘기한 후 제일 큰 파이프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 아저씨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마 아저씨는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호갱님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여준 자기 가게 최고의 물담배 파이프이다. 일명 "Ice Sheesha"라고 불리는 파이프이다. 제일 윗부분에 얼음을 넣어서 수증기를 차갑게 하여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파이프이다. 파이프 주변 여기저기에 있는 금장은 진짜 금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파이프 자체가 매우 고급스럽게 제작되어 있다. 구성품으로 청소용 솔도 주고 완전 풀 패키지였다. 완전 마음에 들었고 구매를 할 마음으로 들어갔기에 얼마인지를 물어봤더니 6,000루피를 불렀다. 한화로 약 10만 원이 되는 가격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물담배 파이프들은 이 정도 품질도 아니고, 크기도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약 2차례 구매를 해봤던 유경험자로서 국내에 있는 물담배 파이프는 아쉬워서 구매를 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사실 이 정도 파이프를 10만 원에 구매해도 아쉬운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아까웠을 뿐이다. 인도에서... 이런 파이프를 10만 원을 주고 구매를 한다니...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뭄바이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가격 흥정을 들어갔고 결국 50%를 깎아 3,000루피에 구매를 했고, 숯과 향료도 공짜로 얻었다. 

전리품(?)

최근 들어서 유튜브에서 가장 자주 찾아보는 영상 중 하나가 Launch Pad (런치패드)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아이패드로 음악도 이것저것 만들어서 UCC도 제작해봤던 경험이 있기에 매우 관심 있게 봐왔던 제품 중 하나였지만, 초창기에 가격이 무려 40만 원대였던 기억이 있었다. 당시 과외로 용돈벌이만 하고 있었던 대학생이었기에 깔끔히 포기를 했다. 그러다가 다시 유튜브 영상의 추천 동영상으로 다시 접하게 된 것이다. 가격은 약 12만 원 정도였기에 두 번 고민을 하고 바로 구매를 했다. 그리고 금요일 도착을 했다.

지금 이것저것 인터넷에서 필요한 프로그램 및 리소스 등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니, 최소한으로 필요한 부분들은 무료로 제공을 해주는 것 같다. 인터넷이 느려서 지금 3시간째 다운로드 중이다. 박스를 열었을 때 엄청 떨리던 감정도 다 사라졌고 지금은 끈기로 버티는 중이다. 약간 연애 중 권태기의 느낌이랄까? 더 이상은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버티는 것이다. 1시간 전부터 35분이 남았다고 나타나는데, 포기할 수도 없는데, 꾸준히 퍼센트는 올라가고 있다. 사실 1주간 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빨리 다운로드를 못했던 부분도 크다. 인터넷 수리를 하는데 1주일이 걸리다니.. 어이없는 곳.

공유기를 TP-Link라는 회사 제품으로 구매를 했는데, 인터넷 설치기사가 어제 와서 하는 말이 해당 기기는 자체적으로 리셋을 하는 기계라고 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Net Gear를 샀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어이가 없었다. 우리 집에 있는 인터넷 공유기도 2만 원짜리로 잘 쓰고 있는데, 그것보다 비싼 공유기가 자체적으로 리셋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어, 나 공유기인데 잠깐 힘들어서 재부팅 좀 한다. 수고~," 뭐 이런 얘기인데... 그냥 앞으로는 인터넷 문제는 좀 안 생겼으면 좋겠다. 

런치패드 얘기 중 잠깐 다른 얘기로 샜는데, 런치패드는 연습이 좀 필요한 장비이다. 그래서 연습을 하고 내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이 될 때 영상을 제작해서 업로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인도 일기를 사랑해주세요~(급 공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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