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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주은 Jan 06. 2019

6펜스의 세계

포레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보며 나의 유년, 나의 과거를 뒤져본다. 그곳은 언제나 적막했는데 언제나 따뜻하기도하다. 과거가 된 6펜스의 세계이기 때문일까? 아님 달의 세계를 꿈꿀 수 있었기 때문일까?

내가 6학년 때 엄마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배웠다. 부자언니에게서. 이름이 부자인 부자언니. 부자언니가 훌륭한 선생이었던건지, 엄마의 집념이 강한건지, 오토바이를 배우는 첫 날, 엄마는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유인즉슨 직진만 배우고, 정지를 배우지 못한 탓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브레이크를 못 사용해 온 몸에 가시자국이 나서 들어온 엄마가 참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엄마의 오토바이 사고는 줄기차게 크고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냇가에 아이를 내놓은 심정이었다. 우리집의 사고는 언제나 내가 아닌 엄마 몫이었다.

...

 고1,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우리는 모두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플라타너스 아래서 눈싸움을 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한참을 놀고있는데 선생님이 뛰어오셨다.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단 것이다. 엄마가 사고가나서 병원에 실려갔단 소식이었다. 나는 조퇴를 하고, 뽀드득 거리는 눈길을 걸어 급히 병원을 향했다. 멀리서 운동장에 나온김에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담임선생님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다리가 부러졌다.

십대라는 길고 길었던 터널을 걸어 나는 마침내 빛을 본듯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또다를의 이름의 터널을 만났음을.
나의 이십대는 또 엄마의 사고가 장식했다. 이번엔 머리였다. 나는 꿈의 세계 앞에서 늘 6펜스를 선택했다. 어쩌면 땅에 있는 6펜스만 보았고, 그것이 정답인냥 살았다. 먹구름에 가려진 달은 어디에 있는지, 있긴 한건지 늘 궁금했고 의아했다.

오늘 새벽, 삼십대를 조용히 보내게 할 엄마는 아니지싶은...
오랫만에 여행계획을 세웠다. 한번도 놀이공원을 경험하지 못한 아들을 위해서 남편이 큰맘을 먹었다. 힘겹게 모든 스케줄을 조절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여행을 다함께 가긴 어려운건지, 
새벽에 올것이 또 왔다. 
차에 부딪혀 주저앉아 정신을 못차리는 엄마를 보니 과거의 그 모든 적막이 몰려왔다. 
내내 엄마에게 화를 냈다. 이제 좀 오토바이를 그만 타면 안 되겠냐고, 왜 남들처럼 걷거나 버스 타는 건 안 되는 거냐고.

사고를 수습하기에 영하의 초겨울 날씨는 뼈까지 시렸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아이들에게 무산된 여행 계획을 설명하고, 바리바리 짐을 싸서 병원에 깔아놓고, 죽 사서 엄마 먹이고나니 힘이 쭉 빠졌다.
커피 한잔을 내려 마셔본다. 
달의 세계가 있는가!
6펜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이 6펜스가 되기도하고, 6펜스가 달이되기도 한 내 과거의 장소와 시간에 감사한다. 나는 나의 생각의 실마리를 과거의 적막에 묶어두지 않고 거기서부터 풀어내보려한다. 글로 글을 정복해보려한다. 과거로 과거를 정복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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