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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주은 Jan 06. 2019

최고의 이혼



통조림이 발명된 게 1810년.
깡통따개가 발명된 게 1858년.
이상하지?
그런 일도 있는 거야....
소중한 것이 늦게 오는 수도 있어.
사랑도. 생활도.


오랫만에 서점에 갔다. 품절된 책이라 인터넷 서점에도 없고 하여 알아보니 교보에 다섯 권이 있단다. 서점에 가 검색하여 해당 책장에 갔다. 윗칸부터 샅샅이 다 찾아보고, 혹시나 하여 옆 칸까지 다 찾아보았으나 헛 일이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따라오란다. 책이 이리저리 굴러다녀 더러워져 빼놓았다며 구석 바닥에 쌓인 다섯 권의 책을 보여준다. 다 조금씩 더러우니 제일 깨끗한 책을 고르란다. 여기가 무슨 중고서점도 아닌데 말이다. 덩그라니, 화려하게 뽐내며 진열된 반짝이는 책들 사이 구석진 바닥에 놓인, 떼묻은 다섯 권. 그 중 한 권을 집어들고는 품에 안고 왔다. 집에 와 속 표지에 내 이름 세 자를 쓰고, 날짜를 썼다. 다시는 굴러다니지 않게 할거라는 의미로. 또박또박...
가끔 그런 물건들을 보면 나는, 나를 보는 듯해 지나치기가 힘들다. 가슴에 물기가 생긴다. 덩그란 책이 난지, 때론 나보다도 나은건지.


세상에선 나는 찬밥이었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나의 이십대를 떠올렸는데, 잉여의 책 다 섯권은 지금의 나와 오브랩되는듯한.


사람이란,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어있는지.
고결한 이에게 불량이 있고,
불량한 이에게 선량이 있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그러고보면, 자신의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를 욕하는 사람을 보고, 실망하는 나는 또 얼마나 우스운지.
사람이란 본래 그런것을.
천함만 있는 사람도, 고고함만 있는 사람도 없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은 전 우주 속에서 티끌만큼도 되지 못할 수 있고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
세상은 소중한 것이 늦게 올 수도 있고,
순서가 바뀔 수도 있지. 그런 뒤죽박죽이 인생이고 일상이고 삶인데, 언제쯤 적응할까? !


그래도 할머니의 위로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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