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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주은 Jan 18. 2024

버라이어티 논술쌤생활 2

손톱이 없는 인환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은 내리는 눈 속에도,
길가에도,
옛 추억에도,
서랍속에도,
사진 속에도,
아이의 얼굴 속에도 있지요.

오늘은 딸과 마시는 에스프레소 속에,
딸과 보내는 카페에서의 한 시간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어도, 아주 작게 느껴져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찾으려는 마음만 있다면 아주 작아도, 정말 작아도, 행복은 힘이 세기에 찾을 수 있답니다!
또한, 행복은 사실, 행복과 행복 속에선 쉬이 찾아지지 않죠.
행복이 아닌 것 가운데서 행복은 힘을 발휘합니다.
행복은 큰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데서 옵니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않이 발견할 때 삶은 더욱 충만해집니다.

요즘 저의 시선을 자꾸만 붙잡는 아이가 있습니다. 손톱을 너무 심하게 물어뜯어 손가락끝에선 피가 나기도 합니다. 그 아이의 손톱은 언제나 짧습니다. 짧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파였다? 너무나 몽땅한 손톱! 물어뜯고 뜯어서 언제나 자를 게 없는 손톱.

점점 심해지는 그 아이를 어떻게 할까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엔 그 아이를 집중하여 관찰하였습니다.
마침 이 시간의 수업 주제는 '행복'에 대한 것!

아이는 행복한 적이 별로 없답니다. 게임할 때 외엔 그런 걸 느낀 적도, 본 적도 없답니다.
이상하지요.
행복이란 참으로 상대적인 것입니다.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누가 보아도 그럴 것 같은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곱살에 엄마는 암으로 주고, 떡집에서 일하는 할머니의 월급으로 겨우 살아가는 아이. 아버진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주기적으로 오는데 올 때마다 새엄마를 데리고 와 몇 달씩 머물다 또 떠나고, 여섯살 차이나는 동생은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불을 낼뻔하여 할머니는 절대로 동생을 혼자 못두게해 주말에도 친구와 놀수 없는 중2였던 그 아이. 뾰족한 연필을 쳐다보는 게 고통스러워 수업시간 매일같이 엎드려있던 아이.

이 정도는 되어야, 행복을 모른다고 해야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행복이란 객관적사실과 꼭 정비례하진 않습니다.
성적이 수직상승을 하여 자랑하고싶은 성적표를 선생님께 보여줄수있어 좋다는 아이.
이번 엄마는 동생 간식을 잘 챙겨주어 맡기고 좀 놀수있겠다며 기뻐하는 아이.
그렇습니다. 객관적 환경보다 그 속에서 찾아내는 소소하고 옅은 행복을 발견해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 눈을 기르기를 바라며
손톱을 물어뜯는 우리 인환(가명)이의 글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인환이는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했습니다. 너무 좋은 행복. 갖기 힘든 행복.
책 속 주인공은 행복을 열심히 찾는데 나는 불행을 열심히 찾았다는 인환이.

인환이는 친구가 친구를 도와주는 걸 보면 행복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아이입니다. 이렇게 여린 아이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을 학대하며 끊임없이 손톱을 물어뜯을까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시선을 인환이에게 초집중하고, 인환이가 잘해내는, 조금이라도 잘해내는 것, 예를 들어 필기체 ㄹ을 반듯할 ㄹ로 쓰기만 해도 칭찬 폭탄 투하!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한 문장으로 겨우겨우 설명만 해도 칭찬 세례. 정말 과하다 싶은 칭찬비를 내렸는데 한 줌의 우쭐거림도 없는 아이. 마치 스펀지처럼 쏙쏙 칭찬을 받아먹고선 풀죽은 마음이 살아나듯, 손톱을 물어뜯지 않습니다.
잠시잠깐 그런 마음이 들면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깍지를 끼거나 손바닥을 책상에 붙이기도 합니다. 나중엔 손톱을 옷으로 가립니다.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하며 학습을 해내는 모습이 지난 시간과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신기합니다. 이렇게 쉽게 변함이!!

인환이를 통해 다시 배웁니다.

군인이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군기와 사기가 좋아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군기를 잡으면 사기가 떨어지고, 사기를 높이면 군기가 엉망이 되니 이걸 어떻게해야 할까요?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인환이에게 필요한 건 군기가 아닌 사기였는데, 온사방이 군기만 잡으니 극도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고, 스스로를 바보취급하는 마음이 끊임없이 자신을 공격했습니다.

인환이의 두 눈을 보면서
넌 이렇게 잘해는 아이야. 시선을 맞추니
인환이도 손톱이 아닌 눈을 맞춥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 될줄이야!
놀란 건 오히려 제 쪽입니다.

인환이도 인환이의 시간 가운데 소소한 행복을 쉬이 발견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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