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이 꺼져 있는
전기 밥솥
덩그러니 찬밥 한 덩이가
고맙게도 다소곳이 앉았다.
배가 고팠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버린 밤
늦은 귀가에 만사가 귀찮다
여관에나 있을 법한 쬐그만 냉장고엔
먹을거라고는
다 시어빠진 김치 쪼가리가 든 김치통과
다 마신 주스통에 넣어둔 보리차 물
이것이 전부다
밥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기지고 와서
방바닥에 놓고는 찬물에 밥을 만다
물에 잘 섞이려 하지 않는
밥 알갱이들을 보니
울컥 가슴속에서 무엇이 치솟아
코에서 찡하더니
눈시울이 와르륵 뜨거워진다
서늘한 자취방의 공기만큼이나
물에 만 밥은 차갑다.
세상 속 홀로 나 또한 덩그러니
찬밥처럼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