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살이 4년 차

일산에 살아요

by daybreeze


11월이 되면 일산에서 산지도 어느덧 세 번째 해를 맞이한다. 인생 첫 집 장만이란 표현이 머쓱할 정도로 은행의 지분이 큰 집이긴 하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던 날의 떨리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17년을 지내셨던 전 주인 내외분들의 눈엔 정든 집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뚝뚝 흘러내렸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그분들께 따스한 말 한마디 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날의 난 온몸이 긴장감으로 가득 차 그럴 여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짐이 들어오기전, 공사를 마치고 / 이사 후 첫 출근 날



처음 일 년은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일산의 새로운 면모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다음 일 년부터 현재까지는 익숙한 장소들을 자주 다니며 반복적인 일상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고 있다.


아는 얼굴 하나 없었던 이곳에 하나둘씩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이들이 생겨나고,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만나 서로의 집을 오고 가며 소소히 삶을 공유하는 이웃도 생겨났다.

그렇게 동네친구들이 생겨나던 2년 차 때는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주말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중 문득 일산이 나를 받아주는 듯했다. 낯설기만 했던 이곳이 이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되었다.


개업일에 방문한 인연으로 친구가 된 식물가게 제이리프 / 인테리어공사때부터 자주 갔던 라비브북스






일산은 서울과는 달리 여유롭고 안온한 분위기를 지녔다. 타 지역을 많이 살아보진 못했지만 이곳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의 느낌은 생생하다.

아주 길었던 전철의 역과 역사이 구간마다 보이는 푸른 풍경들은 교외로 여행을 가는 듯했고, 역에 내려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는 공원길은 나무들로 가득해 숲 속을 걷는 것 같았다. 길 곳곳마다 무리 지어 떠들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 정자에 앉아 쉬고 계신 어르신들, 한 가구당 반려견은 필수인 듯 거리마다 보이는 견주와 그의 반려견들. 7월의 화창했던 날씨 덕분이었을까 그날의 기억들은 무척이나 생생하고 따스해 지금도 일산에 머문 이유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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