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행운으로 실현되었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퇴근 후 집에 도착했다.
문 앞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택배상자가 보였다.
‘난 택배 시킨 게 없는데..?’
평소라면 들뜬 마음으로 택배를 뜯어보았겠지만 일단 의문이 들었다.
‘해외배송을 시켜서 까먹은 게 있나? 배송문자를 받은 적도 없는데…’
운송장을 확인해 보니 집주소도 명확히 우리 집이었고 받는 사람은 “김**”였다
하필 성씨도 내 이름과 동일하여 의심 없이 물건을 뜯었다.
내용물은 영양제세트 그것도 고급진..
이걸 내가 시킨 기억은 없고, 평소에 속이 안 좋다고 남자친구에게 말했어서 남자친구가 깜짝 선물을 보낸 걸까?
“나 아닌데?”
돌아오는 한마디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네가 아니면 누가 우리 집에 이런 걸 보내? 나한테..? ’
혹시 몰라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약 25만 원 상당의 영양제였고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채로 이걸 먹거나 밖에 둘 수도 없었다.
또한 나는 내일부터 해외에 있어 연락조차 받지 못한단 말이다.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주문한 몰에 운송장번호로 누가 보낸 건지 물어볼까?‘
“영업시간은 6시까지입니다”
이미 퇴근 후 집에 온 시점에서 6시가 지나버렸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보인 운송장번호의 배송원 정보
‘아 배송원분께 물어보자! ’
나에게도 이 택배를 이용한 이력이 있었고 나에게 배송을 해주었던 배송원분과 다행히 이름이 같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혹시 **택배 배송원 분이실까요? 제가 시키지 않은 물건이 저한테 배송이 와서요.. 혹시 김**으로 되어있는데, 김민*이 맞나요?“
“여기에는 받는 사람이 김재*으로 되어있는데요? “
역시 내 물건이 아니었다.
“저는 김재*이 아니고 김재*라는 사람은 저희 집에 안 살거든요..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제가 내일부터 한국에 없어서요 “
“제가 받는 분 전화번호로 연락드려볼께요.“
능동적인 태도로 나를 도와주시려는 모습에 너무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 혹시 영양제가 잘못 배송됐다고 해서요. 제가 김재*인데 배송원분한테 전화받고 전화드립니다..“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네요!! 근데 저도 김 씨라 내용물은 한번 포장을 뜯었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그 집에 살았었는데 배송지가 잘못 입력되어 있었나 봐요. 지금은 옆동에 살고 있는데 괜찮으시면 가지러 가도 될까요?”
“아 네! 10분 뒤에 1층으로 가지고 갈게요”
다시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물건을 들고 택배박스에 다시 넣어 1층으로 내려갔다.
터벅터벅 멀리서 우리 아빠뻘 정도 되시는 분이 걸어오셨다.
“영양제세요?“
“네 맞아요~”
“아 내가 이전에 이 집에 살았었는데 배송지를 왜 여기다 해놨지.. 10년도 더 됐는데.. 지금은 여기 옆동 살거든요. 고마워요. 배송원한테는 내가 잘 받았다고 연락할게요.“
“네 들어가세요~”
물건을 돌려주고 나니 몹시 후련했다.
‘난 너무 착한 거 같아‘
기분 좋은 혼잣말을 하며 친구들에게 재밌는 일이 있었다며 있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친구들마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사례는 받았어? 영양제 한통은 줘야 하는 거 아냐?”
“나였으면 그냥 모르는 척했다~“
가지각색의 반응들 중에서 나의 마음을 가장 울렸던 한마디가 보였다.
“그 사람한테 너는 행운이네”
뭉클한 무언가가 마음속에 전해지면서 따뜻해졌다.
나는 무언가를 바라고 돌려준 것도 아니었고, 사실 출처를 모르는 물건이 우리 집에 있는 게 찝찝했을 뿐이었는데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된 거 같아 기뻤다.
이 작은 행동으로 실현된 행운이
다시 언젠가 나에게도 돌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