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에서 받은 ‘아기 피부관리 교육’은 나로서는 아주 명쾌하고 만족스러웠다. 집에서 유지해야 할 에어컨 온도의 숫자를 정확히 알려줬으니까.
-시원한 환경을 유지
-온도(18~24도), 습도(40~50%) 유지
그리고 강사가 남긴 말은 강렬하게 내 뇌리에 남았다.
“집에 가셔서 대부분 태열로 문의 주시는 걸 보면, 엄마들이 22도 이하로는 차마 못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 과감하게 낮춰줘야 하는구나.
“조리원에 있을 땐 태열이 안 생깁니다. 한달 전후부터 생기기 시작해서 100일까지 계속 생기기를 반복해요. 적시에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토피 피부염 전환 이행율이 높아집니다.”
이 말에 겁을 먹지 않을 산모는 없을 거다. 내 아이가 아토피라니! 선천적인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해서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니. 아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하지만 막상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에 가서 에어컨을 켰는데, 25도도 좀 추운 거다. 팔을 감싸쥐며 긴팔을 찾았다. 참고로 난 추운 걸 참지 못한다. 더 참고로 말하자면 나란 여자 10월부터 5월까지 히트텍 입는 여자.
하지만 춥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춥다는 걸 인정하면 나도 ‘차마 그 아래로는 못 내리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온도를 못 내리는 게 나를 영영 ‘그런 엄마’로 만드는 첫단추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러던 차에 산후도우미 업체에서 사전 방문을 왔다. 원래 퇴소 다음날부터 오는 건데 미리 아기도 보고 뭘 도와줘야 할지 한번 보신다고.
그런데 오시자마자 딱 말씀하셨다. ‘K-아줌마’다운 든든한 목소리였다.
“엄마, 온도 24도로 내리세요.”
“아…… 네!”
나는 그 말씀에 확신을 얻어 24도로 내렸고 에어컨을 아기 침대와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았다.
“이불도 발은 덮지 말아요. 아기는 열이 많아서, 조금만 더우면 태열 금방 올라와요. 발산이 돼야 돼.”
“네!”
참고로 우리는 신혼 생활을 꽤 길게(3년) 했기 때문에 모든 방이 우리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침실, 서재, 옷방.
아기한테 줄 방이 없어 일단 거실에서 키우기로 했다. 거실에 아기침대를 놓고 한동안 초긴장 상태로 둘다 거실에서 보초를 서며 잤다.
조리원에 온 생후 17일차부터 25일차까지 그렇게 우리집 온도는 24도였다. 때로는 집 안이 너무 추워서 우리가 설정한 게 아닌데도 23도까지 떨어져버릴 때도 있었다.
퇴소한 주말에 양가 부모님도 하루씩 왔다 가셨는데, 모두 ‘집안이 너무 추운 것 아니냐’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온도를 고수했다.
“요즘은 산모 식습관도 많이 바뀌고 과거보다 체내에 열도 많고 해서, 육아법이 시대에 따라 또 바뀐대요.”
서로의 부모님께는 이렇게 공손하게.
“아, 조리원에서 24도로 맞추라고 했다니까?”
각자의 부모님께는 이렇게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아기의 얼굴에 나기 시작한 붉은 여드름은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 처음엔 조금씩 생기더니 점점 얼굴 전체를 다 뒤덮어 안타까울 정도가 되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24도를 고수했고, 온도를 더 내려야 하는지까지 고민했다.
거실에서 매일 잔 우리도 점점 골골대기 시작했다. 한명씩 코맹맹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기 침대에 에어컨 바람이 안 가게 돌려 놓고는 우리는 남은 방향에서 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긴 옷을 꺼내 입고 버텼다. 그게 아기를 위한 길이라고 믿으며!
정말 미련했다.
미련함이 결국 아기한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생후 26일짜리 아기가 온몸을 뒤집으며 목이 터질 것 같은 기침을 해대기 시작한 거였다.
내 눈물버튼..
목구멍에서 끓어나오는 기침을 어쩔 줄 몰라 내 팔과 가슴에 고개를 마구 부딪히며 괴로워했다. 주먹 만한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면서 남은 가래를 올려내지 못해 까아악 깍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대신 아팠으면’이란 말을 이해했다.
그런 말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새벽 내내 나는 아기를 안고 내일이면 무슨일 있었냐는 듯이 안 아프게 해달라고 줄줄 울며 기도했다.
신생아를 ‘0개월’이 아니라 신생아라고 부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세상에 갓 나와 면역력이든 뭐든 제로에 가까울 아기가 밤새 어른도 힘들 기침을 하니 둘다 어쩔 줄을 몰라 애를 안고 날밤을 샜다.
아침이 밝자마자 병원에 가 보자고 서로를 다독이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