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절대 안 해!’란 신념이 있는 건 또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해 볼 용의는 있었다. ‘해보고 힘들면 굳이 힘들게 모유를 고수하고 싶지는 않다’가 정확한 심경이었다.
그 생각은 출산 직후 작고 소중한 핏덩이를 내 눈으로 직접 본 이후에도 같았다.
아기가 잘못 물면 가슴이 찢어지듯 아프고, 상처 나고, 상처가 아물 새도 없이 또 물려줘야 한다는 등의 힘든 얘기만 들었으니까. 먹고 싶은 걸 참아본 역사가 없는 내가 매운 음식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산후 우울증’이었다. 행여라도 아기를 위한다며 무리했다가 내가 우울함에 빠져버리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마음이 이미 반쯤은 닫혀있었다는 소리다.
태어난 첫날의 신생아. 귀엽지 않고 쭈굴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신생아실에서 수유하러 오래서 갔을 때, 나는 모유가 나오는 지점을 찾아 와구와구 달려드는 아기의 모습에 사랑에 빠져 버렸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닐 텐데 엄마 가슴이 가까이 닿자마자 입을 ‘헤에’ 벌리고 정신없이 왔다갔다했다. 안 찾아져서 작은 소리로 헥헥대면서도 애타게 찾아 헤맸다. 갓 태어나 아직 뜨이지도 않은 눈으로.
아직 합을 못 맞추는 초보 아기와 초보 엄마를 위해 간호사님이 각도를 맞춰주었다. 그러자 아기가 앙 물고는 힘껏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때 온몸에 피가 쫙 도는 저릿한 기분이란. 이게 호르몬이구나, 본능적으로 알았다.
사랑은 정신적인 게 아니라 물리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1리터라도 먹어치울 것처럼 달려든 아기는 막상 아무것도 안 나와서인지 1분도 못 빨고는 지쳐 잠들어 버렸다.
“아기가 힘들어서 자는 거예요. 엄마 뱃속에서는 힘들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먹어야 하니까. 그냥 분유 먹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요. 잘 안 나오니까. 젖 먹던 힘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나보고도 직접 흉내를 내 보라고 하셨다. 허공에 대고 쫍쫍 소리를 내봤다. 정말 쉽지 않았다. 몇 번만 해도 입술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 작은 몸으로는 정말 온힘을 다해야 가능할 것 같았다.
짧은 순간에 세상 감격한 나는 간호사님께 자신없게 물었다.
“그런데 너무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 아닌가요……?”
“원래 바로는 안 나와요. 2~3일 후부터 나오기 시작할 거고, 물리다 보면 아기가 먹는 양에 맞춰질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와이파이 같은 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 인체란 도대체 어디까지 정교하게 설계된 것일까.
나는 그렇게 모유 수유에 도전해보겠다는 벅찬 마음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조리원에서 본격적인 모유 수유를 위해 가슴 마사지를 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결심이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