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축알못의 글쓰기(2)

by 도리

글을 쓰고 싶어진 이후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정이 주책없이 솟아올랐다. 난 열정이 한 번 끓어오르면 스스로 식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매일 '글쓰기'를 검색해서 글 잘 쓰는 방법을 긁어모았다. 하도 많이 모았더니 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첫 번째는 ‘일단 써라.’였다. 두 번째는 ‘자기가 전문적으로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써라.’였다. 그래야 자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고, 책도 내고 강연도 할 수 있다고. 성공의 도구가 될 거라고 했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쓰면 망한다는 슬픈 말도 해 줬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쓰는 글의 분야가 일정하지 않으면 커리어가 뒤죽박죽이 된다는 것.


나는 점점 설득됐다. 맞긴 맞지, 경제에 대해 책을 쓴 사람에 대해서 검색해봤을 때 웬 축구에 대한 책도 있다면? 일단은 저자의 전문성을 의심하고 볼 것이다. '그냥 얕게 많이 아는 거 아냐? 이 책 믿고 읽어도 되는 거야?' 하면서.

출처: Pixabay

그 때 하필 나는 블로그의 글감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전문성론'은 현실과 맞물려 나를 더 강하게 압박해왔다. 다른 축구 블로거들은 다들 전술이 어땠다거나 포지션이 어땠다거나 하는 글을 썼는데 나는 그런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냥 '잘했다, 신났다' 느낌뿐, 그냥 좋아할 뿐이었다.

축구에 대해 쓰려니 축구를 잘 모르는 게 뼈저리게 느껴진 것이다. 난관이었다. 축구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도 좀 봤으면 하는 것뿐이었는데.


나는 점점 축구에 대한 글은 못 쓰겠다고(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꾸 '나만의 전문분야'를 찾아야만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점점 글을 쓰는 것에 흥미가 떨어졌다.


문득 걱정이 스며들었다.

'난 축구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졌고, 이제 막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건데.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이 좋은 취미가 퇴색되면 어쩌지.'


결국 나는 '전문적인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쓰기로 했다. 그저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축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축알못의 입장에서도 써 보기로 한다. 축알못도 글을 써야 축구에 도움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나름의 이유들로 나를 무장했다.

출처: Pixabay

첫째, 세상에 모든 사람이 전문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르기로 전문인 자도 필요하다. 그래야 전문가들이 더 연구를 할 것 아닌가. 최고의 연구대상이다. '수원삼성'과 '전북현대'가 K리그인지도 몰랐으니. 축구는 월드컵만 있는 줄 알았고, 호날두와 호나우딩요는 동일인물인 줄 알았으니까.

축구라는 것이 들어올 인생이 아니었던 사람이 축구에 빠졌다는데. 얼마나 좋은 축구발전의 연구자료인가. 축구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글쓰기로 성공한 작가들은 마흔에도 시작하고 심지어 퇴직하고도 시작하더라. 그런데는 이제 갓 서른이다. 내 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고. 지금 몇 줄 끄적한 내 글이 뭐라고 '커리어'에 영향을 주기까지를 논하겠는가. 주제파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내가 지금 '전문성'에 국한되어 재미없는 글만 쓴다면 곧 흥미를 잃을 거고, 글쓰기를 그만두면 나는 다시 아무 것에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쓴다면? 10년을 써도 마흔이다. 100세 시대에!

어떤 주제로든 글쓰는 내공을 키운 뒤에, 그 때부터 전문성 있는 글을 써도 충분하다. 100년 중 10년은 '삽질'을 해도 되지 않을까?

프로작가의 탐나는 글쓰기(박경덕, 더퀘스트)

셋째, 자신이 재미있는 걸 써야 재미있는 글이 나온다. 박경덕 작가의 <프로작가의 탐나는 글쓰기>에서도 그랬다. 웃음은 평균 이하에서 나오는 거라고. 개그 콘서트를 보고 웃는 이유는 평범함보다 떨어지는 사람을 연기하기 때문이라고.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은 '저 상황에선 감아 차야 해.'라고 분석하겠지만,는 오로지 '슛!!! 때려! 때려!!'라고 외칠 뿐이다. 쉽게 말해서, '아무 말'이 가능하다는 것. 오히려 몰라야 쉽게 설명할 수 있기도 하고.


축알못이 축구에 대해 쓴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러면 재미가 생길 테다. 축구 전술 전문 지식을 보면서 웃은 적이 있는가? 웃음은 '똑똑'이 아니라 '평균 이하'에서 나오는 거라니까.


내가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잘 몰라도 얼마든지 취미로 삼아도 되는 축구. 그저 우리나라 축구의 팬덤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전 01화축구는 나를 글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