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경기의 MOM은 단연 노동건 골키퍼였다. 요즘 물오른 삼각편대인 세징야-에드가-김대원에 맞서 엄청난 선방쇼를 보여주었다. 이 날 대구의 슈팅은 27개, 유효슈팅은 무려 14개였다.
출처: 프로축구연맹내가 축구팬이 되었을 때의 주전 골키퍼는 신화용이었다. 작년 신화용이 승부차기에 보였던 강점이 나에겐 너무 컸기 때문에 노동건이 선발로 나오면 근거없이 걱정이 됐다. 올 시즌 신화용이 나간 이후에도 다른 골키퍼가 선발로 나왔다. 작년에 K리그에 입문한 축알못에게 노동건은 계속 서브 골키퍼였다.
그런데 지난 주말, 대구와의 경기에서 그야말로 쓰러지는 팀을 혼자 막아 버티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가슴이 철렁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다 막았다. 14개를. 대구 팬들도, 선수도 감독도 속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출처: JTBC3 중계화면 캡쳐내가 충격받은 것은, 경기 후의 인터뷰였다. 최근 이렇게 잘 하는 이유를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그가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가겠다는 포부가 있고, 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머리를 띵 맞은 느낌이었다.
그렇지, 맞아. 모든 축구선수의 꿈은 국가대표지.
난 왜 K리그 선수들은 국가대표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쟁쟁한 해외파들이 많다보니 K리그 선수들은 국대까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내맘대로 결론지은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신이 그러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난 항상 욕심이 없는 사람을 자처한다. 괜히 '쟤, 야망 있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꼴에 욕심은 있다. 둘째, 경계해야 한다. 첫째 경우는 부끄러워지고 둘째 경우는 견제받게 된다. 괜히 잘 안 돼서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의욕'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해 보려고 했는데 망했다'는 시선보다 '원래 욕심이 없다'인 척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점 실제로 의욕이 없어지게 되면서, 나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능력을 꾸준히 퇴화시켜왔다.
그러니 나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K리그의 골키퍼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야망'을 용기있게 드러내자 경종을 맞은 것이다. 용기가 대단하지 않나. 앞으로 누군가가 비웃을 수도 있고, 도끼눈을 하고 지켜볼 수도 있고, 폄하할 수도 있고, 견제당할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을 다 감내하고도 결국은 국가대표가 안 될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감내할 용기를 내서 내가 뭘 하고 싶다는 얘기를 사람들 앞에서 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됐다. 말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상태일 때, 어느 정도 이룬 게 있는 상태에서만 말하기를 원했다.
그냥 평범하게, 괜히 뭔가 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하는 생각들이 모두 모여 지금의 나는 지독하게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월드컵스타가 된 조현우에게 꿈을 물어봤을 때, 그는 맨유에서 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K리그의 꼴찌 팀인 대구FC에서 맨유라는 세계 빅클럽을 꿈꾸다니. 내가 그였다면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워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신을 한정지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실제로 '국내용 골키퍼'에 머물렀을 것이고 월드컵스타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노동건 선수의 용기와 포부를 응원하고 싶다. 계속된 활약으로 눈에 띄는 선수가 되어 국가대표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수원 국대를 또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용기가 없는 나에게 희망이 되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