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에도 축구중계를 켜 놓았다. 요즘 분위기 좋은 대구, 무득점 행진에 빠진 인천이었다. 전반 초반에 대구가 먼저 1골을 넣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덜해졌다. 어느 새 내 관심은 핸드폰 게임에 팔려 있었다.
그런데 후반 12분, 인천의 오랜만의 득점이 터졌다. 깜짝 놀라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12경기 무승, 7경기 무득점. 메마른 인천에 그야말로 땅을 적시는 큰비 같은 골이었다. 1:1, 인천 팬들이 들썩이며 환호했다.
출처: 프로축구연맹 그 때부터 나도 집중해서 봤다. 나는 대구도 좋아하지만 왠지 이럴 때는 약자(?)를 응원하게 된다. 이참에 한 골 더 넣어서 인천이 이기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설위원들도 격양된 목소리로 골을 넣은 문창진 선수를 추켜세웠다.
관전 포인트는 안정적인 대구의 수비를 상대로 인천이 어떻게 기회를 내는지였다. 인천은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뛰었지만, 골대 앞까지 공을 가져가면 대구가 낚아채서 방향을 돌려버리는 양상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인천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 공들여 차곡차곡 운반했다. 무사히 다시 가져다 놓으면 또 대구가 평온하게 뺏어갔다.(온전히 내 시점! 전문가의 시점은 난 모른다.)
대구가 추가골까지 넣으면서 내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변해갔다. 인천은 안쓰러울 정도로 계속 '다시 처음부터' 공격을 만들어나갔다. 9부능선 같은 하프라인을 매번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 했다.
후반 34분 쯤엔 정말 가슴 아픈 장면까지 펼쳐졌다. 골대 앞에서 무려 4번의 연속 슈팅이 다 막힌 것이다. 인천이 강슛을 '퍽!' 찼는데 수비벽에 '퍽!' 맞고 튕겨나와 버렸다. 그걸 인천이 빠르게 잡아 다시 슛! '와, 이번엔 들어가겠다' 했는데 또 튕겨나왔다. 또 강슛, 또 튕겨 나왔다. 또 강슛, 또 튕겨 나왔다!
"오! 우오~ 우왓! 오~ 어! 오~"
해설도, 경기장도 나랑 똑같은 반응이었다. 잔뜩 고조된 상황은 마지막 슈팅을 조현우가 막으며 소득 없이 끝났다. 대구 팬들의 박수와 인천 팬들의 깊은 한숨이 동시에 들리는 듯했다. 결국 대구의 승리로 끝났다.
하아, 나까지 힘들었다. 마치 허리에 고무줄을 매고 뛰어나가는 그 운동을 보는 것 같았다. 힘들게 뛰어나가면 너무 쉽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또 뛰어나가면 또 다시 원점. 얼마나 허탈했을 것인가. 하지만 허탈함에 좌절할 새도 없이 인천은 또 다시 시작했다. '이 쯤 되면 하나 들어가 줘야 하지 않나.' 싶을 때도 골은 들어가 주지 않았다.
출처: Pixabay골은 사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물론 절대적인 실력의 열우는 있겠지만, 어쩔 때는 아주 운 좋게 하나가 들어갈 때도 있지 않은가. 그 운을 만들기 위한 약팀의 인내를 봤다.
그 인내는 얼마나 강하고 끈질긴 것일까. 언제 와 줄지 모르는 골을 향해서 계속 다시 시작하는 것. 좌절해 주저앉지 않아야 하고, 서로 화도 내지 않아야 했다. 허탈해하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고, 꾸욱 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인내의 근육은 어느 경지인 것일까.
출처: Pixabay'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열심히 하겠는데, 그런 보장이 없으니까 못 하겠어.'
난 자주 이렇게 어리석음을 떨곤 했다. 수십번 다시 해도 운이 안 따르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뭐라고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 착수하겠다는 오만을 범하는 걸까.
확실한 보장 없이 수십번 두드리는 사람과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 둘 중 누가 행운을 만날까. <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을 지은 세스 고딘은, 계속 실패를 거듭해서 스스로 타이밍을 만들으라고 했다. 인천은 그 날은 행운을 만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같은 자세라면 분명 행운을 만날 것이다.
가만 보면 축구도 하나의 사회이다. 선수와 팀의 움직임에 감동하고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축구도 사람이 하니까. 꼭 전술을 분석하지 않아도 나처럼 다른 것을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