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글 하나 쓰는데도 다음 주 소재를 매일 고민한다. 한 톨이라도 소재가 될 만한 게 생기면 그 한 톨에 매달려 온갖 확장을 해내느라 너무 힘들다.'연탄재 차지 마라, 쌀 한 톨 버리지 마라.' 뭐 그런 거지.(무슨 말이야)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한테 내 블로그 주소를 알려줬다. 나 블로그 한다고, 가끔씩 와서 악플 달고 가라고. 친구는 내 블로그를 보더니 엄청 웃었다.
"ㅋㅋㅋㅋ 아니 무슨 K리그 게시판이 따로 있냐.K리그 보는 사람도 있구나."
자, 그럼 나는 이 대화 '한 톨'을 가지고 도입부를 쓴 다음 장장 K리그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하는 것까지 연결시키는 거다. 머리를 쥐어 뜯고 있으면 갑자기 현타(현실타격감)가 온다. 나 왜 이러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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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K리그를 주제로 한 글을 꾸준히 100개까지 쓰는 것이다. 왜 이런 게 목표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며, 왜 그 목표가 이토록 나를 낙오시키지 않고 계속 글을 쓰게 하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좋은 일이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다니.
그래서 한 주 정도는 소재가 없는 걸 소재로 쓰기로 했다. 내가 지치지 않게 쉬어가는 주랄까. 지금은 2주치의 여분 글이 비축되어 있지만, 웬만하면 그 때 그 때 시의성이 맞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나의 축알못력이란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그 주에 본 경기를 가지고 바로 수요일에 글을 쓰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뭐, 그것도 좋은 일이다. 좋은 글을 위해 욕심을 내는 거니까.
도대체 난 왜 소재도 없는데 축구글을, 그것도 K리그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을까?
답은 나같은 축알못이 있을까봐서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도 얼마든지 일상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 나같은 축알못이 지레 겁먹고 발을 뺄까봐 그런다. 나는 진짜 진짜로 K리그와 함께 하는 일상이 재미있다. 축구가 매주 한다는 건 매주 새로운 주가 된다는 의미이다. 일상이 조금 더 즐겁고 활기차졌다. 틈만 나면 순위와 경기장면을 검색해 보는 게 낙이다. 이 재미를 꼭 알리고 싶어서다.
또 하나, 축구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축구에 감사의 표시 하나는 남겨야겠다 싶어서. 축구가 아니면 내가 블로그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쓸 일도, 브런치도 알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일 년에 책한권이나 읽었을까? 글을 쓸 목표가 생기니까 당연히 책을 읽게 되더라. 덕분에 별 걸 다 축구에 갖다붙이고, 별 걸로 다 글을 쓰는 스킬까지 장착했다. 하다못해 이제는 '소재가 없는 것'까지 소재로 쓰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인생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소재가 없는 오늘은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다음 주를 기약하기로 한다. 난 장기전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지! K리그가 언제 포텐이 터질지 모르니까, 지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