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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맹희 Apr 14. 2018

저는 잘못한게 없는디요

레몬청 만들기

간만에 할일없는 주말이었다.

그래서 레몬청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레몬은 빵집 사장님께서 과일 주문할때 같이 시켜주셔서 오후에 받으러 가야했다. 다만 비가 오는 토요일이라 걸어가기가 귀찮았다.


마침 엄마가 밥솥 고치러 가는길에 같이 가자길래 나가기 전에 청을 담을 유리병을 소독하기로 했다.

부글부글 끓는 물에 잼병을 넣었다가 빼면 된다. 그런데 엄마가 뜨거운 유리병에 찬물을 부어서 큰 잼병이 깨지고 말았다. 뒷목이 쎄했던 그때 알았어야 했거늘.. 오늘은 이불밖이 위험한 날이었다.

사진은 내가 먹고싶어서 산 라즈베리 브라우니와 우리 빵집에서 파는 머랭쿠키

밥솥을 고치고 레몬을 받으러 가는 길에 엄마가 동네에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파는 레몬케이크를 먹고싶다고 했다. 나는 후다닥 내려서 엄마 카드로 라즈베리 브라우니와 레몬케이크를 한 조각씩 샀다. 

그리고 레몬 받아서 집에 가려는데 엄마가 카드를 달라고 했다. 

"뭔소리야 내가 아까 줬는데?" 

"안줬어" 

"줬는데?" 

"어디다 버리고 왔어!!!!!!!!!!!!!!!!!!!!"

엄카가 없어졌다.. 부슬대는 빗속에서 좌석도 들춰보고 겉옷도 벗어서 탈탈 털어봤는데 없었다. 베이커리 직원은 내가 카드를 받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샤우팅을 시작했다. 

20분을 열심히 뒤졌는데 없어서 포기하려는 찰나 베이커리 직원이 카드를 들고 달려나와서 우산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고마웠다.


잔소리 들으며 집가는 길. 

집앞 슈퍼에서 자이로스 설탕을 사야했다. 주차를 하는데 주차 방지 기둥에 박아서 차가 부서졌다. 차가 앞으로 안가져서 뭐지하고 내려서 봤더니 기둥이 타이어랑 차체 사이에 껴서 범퍼가 들려있었다.ㅎ

"엄마!!! 차 부서졌어!!!"

"뭐?!?!?"

그리고 엄마가 나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차가 부서졌다며 내 탓을 하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었다. 면허도 없는 내가 망치로 내리친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차를 부숨?


어쨋든 바로 옆에 카센터에 가서 범퍼를 껴넣고 우여곡절끝에 설탕과 레몬을 덜렁덜렁 들고 집에 도착했다.

엄마가 김밥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에 옆에서 레몬청을 만들어야했다.


우선 베이킹 파우더를 푼 물에 레몬을 30분 담궈두고 그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베이킹 파우더를 더 부어서 박박 문질러야했다. 근데 아무도 나한테 베이킹 파우더를 얼만큼 부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거의 반 통을 쏟아놓고 가루 느낌이 좋아서 조물딱대면서 닦고 있다가 들켜서 또 잔소리를 들었다.

"너는 무슨 베이킹 파우더로 모래놀이를 하니?!" 어쩌구 저쩌구

엄마는 베이킹 파우더가 아까우니까 싱크대 닦는대 쓴다고 버리지말라고 했다. 그래서 보울에 가루채로 남겨뒀는데 그걸 손으로 쳐서 다 쏟았다.ㅎ


처음엔 조용히 처리하려고했는데 엄마가 뒤돌아봐서 들켰다. 또 혼났다.

설탕으로 레몬을 겹겹이 재다가 설탕도 쏟았다. 근데 이건 누구나 하는 실수 아닌가? 어쨋든 또 혼났다.

마침 아빠가 들어와서 샤우팅하는 엄마와 시무룩한 나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평소같으면 나도 같이 소리지르는건데 오늘은 내가 좀 실수한 것 같아서 방에 쭈구리처럼 누워서 친구한테 카톡을 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솔직히 나는 별로 잘못하지 않았다.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레몬청.

완성하고 나니 엄마가 더 신나서 사진찍으라고 촛불도 켜고 난리를 쳤다.

가식적인 연출샷.

레몬물이 벌써 이렇게 많이 나오나? 망친거 아니겠지..

4일 후 개봉기도 찍어서 올려야지 

레모네이드가 먹고싶어서 만든건데 맛있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다시 한번만 뭐 만든다고 나대면 죽는다고 했지만 다음엔 자몽청 만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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