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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슨 트라우마인가?

새벽에 찢어질 듯한 경보음이 울렸다. 온 세상에 재난안내문자가 동시에 떴고 우리 집 식구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눈을 번쩍 떴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으니 대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잠이 덜 깼는지 정신이 없다. 급하게 티브이를 켰다. 방송국도 아는 바가 없는지 별다른 내용이 없다. 어쩌라는 거지? 민방위연습인가? 을지훈련 기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훈련의 일환인가? 밖에서 사이렌도 울렸다. 진짜 전쟁인 건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당황한 내 모습이 아이들 눈엔 불안하게 비쳤나 보다. 아들들이 발을 동동 구르더니 냉동실에서 젤리부터 챙긴다. 비상식량이란다. 물통에다 물도 받는다. 지금 뭐 하는 거냐며 내게 호통도 친다. 정신이 사납다. 가만있어봐! 꽥 소릴 지른다.

 

~다시 사이렌이 울린다. 오발령. 이란다. 북한의 우주발사체가 백령도 인근에 떨어졌고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백령도에 경보가 떨어지는데 서울지역에 공습사이렌과 재난문자가 잘못 송부된 거라고 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이리 놀랬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놀랬을꼬.


충격에 옴짝달싹 못하는 엄마가 못 미더웠는지 우리 집 어린이들은 자립의지를 불태웠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어딘지 파악하더니 전쟁이 나면 파편을 피해서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면서 물자보급이 가장 원활할 곳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찍어냈다. 그리고 혹시 다른 곳에 있더라도 그곳으로 모이라는 지령을 엄마아빠에게 내렸다.  


여기까지만 해도 귀여운 수준이었는데, 둘째 어린이의 상태가 점점 걱정된다. 대로변에서 가까운 우리 집은 소방차나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수시로 들리는데 그때마나 전쟁 난 거 아니냐며 경기를 일으키고 안전재난 문자가 왔는지 자꾸 물어댄다. 어쩌다 소방점검이라도 하는 날은 난리가 난다. 회의 중에 11번이나 울리는 전화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며 무섭다고 한다.  전쟁걱정에 유튜브 북한침공을 찾아보니 알고리즘이 자꾸만 비슷한 콘텐츠를 찾아주는 모양이다. 그러니 점점 전쟁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는 악순환이 된다.

오늘도 퇴근해 돌아온 내게 전쟁 날까 무섭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자답게(?) 눈물을 찍어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런 해프닝에도 이런 공포가 생긴다고? 내가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나? 여러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트라우마가 렇게 생겨나는구나. 이 정도 일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기는데 정말 큰 일을 겪으신 분들의 감정은 참 헤아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서 지켜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마음이 괴롭다. 그저 꼭 안아 주었다.


"엄마가 전쟁 나면 너부터  구하러 올 거야. 걱정 마. "

"엄마가 오다가 폭탄 맞아 죽겠지 "


어쩌라는 것이냐. 언제까지 이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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