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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임대 탐험기

#2. 정보는 없지만, P의 좌충우돌 살면서 인테리어 이야기

4주간의 인테리어가 시작되었다. 4주간 집을 비워주어야 했다. 살 곳을 알아보다 단기임대매물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처음엔 그런 매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에어비앤비를 알아봤다가 가격을 보고 식겁을 했더랬다. 세상에나! 누가 700만 원을 월세로 낸단 말인가. 금으로 장식이라도 되어있는 건가. 사진으로 보면 별다를 것도 없는데.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서 가격이 이런 건가? 별천지다. 덮었다. 우리 예산엔 턱도 없는 곳들이었다. 부동산에서도 돈이 안되는지 단기 매물은 없단다. 복덕방 사장님의 조언에 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있다 있어 단기 임대!

사이트에 적힌 전화로 전화를 걸어 봤다. 우리 동네 빌라가 있는 단지에 매물이 있다 해서 급히 약속을 잡았다. 가전, 가구, 시스템에어컨까지 현 우리 집 상태보다도 백번 나았다. 다만 학교까지 거리가 좀  있고 오가는 길이 좀 한적해서 고민이 되었지만, 추운데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까 싶어 그냥 계약하자 싶었다. 그런데 웬걸, 단기 임대는 입주 이틀 전에나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날짜 닥쳐서 매물이 없으면 어떡해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계약을 조금 당겨서 하시고 며칠 여유 주고 잡으면 있어요. 인근에ㅇㅇ오피스텔 공실도 많이 있고요.

보통 전문가의 의견은 철석같이 믿는 편인 나는 그렇게 단기임대업자분의 의견에 따라 이사 일주일 전까지도 이 임무를 묵혀두었다.

그리고 다시 임대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찜콩 했던 빌라도, 그 많다던 오피스텔 매물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말도 안 되게 한 겨울, 우리 네 식구 길거리에 나앉게 돼버린 거다. 임대 업자분이 내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매물을 숨긴 것도 아닌데 원망스러워졌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요?
학교에서 조금 멀고 작긴 한데, 한 군데 있어요  보내드릴게요.

9평짜리 원룸이었다.  넷이 지내긴 비좁은 공간이었다. 침대에 소파하나. 네 식구 누워 잘 공간도 안 나올 것 같았다. 이건 안 되겠다.  매일 매물이 나온다니 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그다음 날도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9평 원룸뿐이었다.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보고 오자 싶었다.

예상외 었다. 9평 공간을 얼마나 알뜰하게 썼는지 없는 게 없었다. 2인용 침대 티브이 세탁기 화장대 소파까지! 막상 보니 소파를 치우면 네 식구 잘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학교까지 거리가 멀긴 하지만 큰길로 이어져있어 안심이었다.

깨끗하고 괜찮아! 여기로 하자.

남편과 얘기를 끝내고, 계약은 남편이 혼자 했다.

나, 원양어선 끌려가는 줄 알았잖아.

단기임대를 하는 부동산이 상가건물이 아니라 일반 주택이었다고. 거길 따라 들어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고 했다. 우리가 입주할 오피스텔 법인이 소유주이며, 그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업체는 또 따로 있단다. 소유주가 아닌 관리업무 위임업체와 계약을 는데 소유주와 관리업체 계약관계 서류를 보여달랬더니 그건 또 없다고 해서 찝찝한 마음으로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사실 내가 들은 내용이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십수 년을 순진하게 코 박고 회사에서 시킨 일만 열심히 하는 동안 세상은 복잡다단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별 신기한 모양새의 부동산도 있고, 거기에 엮긴 이해관계자들도 너무 다양했다.

남편은 원양어선에 잡혀가지 않고 돌아왔고, 우리 가족은 9평 원룸으로 무사히 이사를 해서 다복한 하꼬방 살이를 시작했다.

<아직은 여행온 기분이 난다며 좋아하는 두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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