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수영에 눈 뜨다

카일루아 비치와 하나우마베이

by 본격감성허세남

숙소가 와이키키 해변 근처라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에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와이키키 비치로 향했다. 하와이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그 이름, 와이키키. 그렇지만 상징적인 이름이라고 해서 꼭 가장 좋은 곳은 아니다. 2013년에 다른 일로 처음 왔을 때 그것을 이미 느꼈으니 와이키키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사람도 많고 분주해서 특히 수인이가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대신 산책 하기에는 정말 좋았다. 날씨도 크게 덥지 않아 좋고, 마침 목요일 저녁이라 근처에서 무료 훌라 쇼 공연도 하고 있었다.


때는 이미 늦은 오후, 신나는 이국적 리듬에 맞춰 와이키키 비치에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축복받은 날씨의 맑은 하늘에 조금씩 주황빛이 퍼지고 있었다. 수인이도 좋은지 유모차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느낌은 그랬다) 비로소 하와이에 온 느낌도 나고 이런 예쁜 바다를 우리 딸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사진 2017. 1. 27. 오후 1 09 34.jpg 해질녘 무렵의 아름다운 와이키키 비치


본격적인 바다 탐험은 이튿날부터였다. 오아후 섬에도 좋은 해변이 정말 많다. 모두 다 갈 수는 없고, 그중에 수영도 즐기기에 적절해 보여 고른 곳이 <카일루아(Kailua) 비치>였다. 오아후 섬의 동쪽에 있어 숙소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주차장도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 아름답다고 해서 선택한 곳. 예상외로 주차장에 차는 많았지만 다행히 금방 자리를 찾아서 대고 해변으로 향할 수 있었다.


많은 해변들이 그렇듯이 처음에 도착하면 "우와!" 하고 감탄부터 나온다. 그것이 휴양지의 매력 아니겠는가. 희고 고운 백사장에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깨끗하고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감탄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와이키키와 비교해서 그런지 몰라도 카일루아 비치는 특별히 더 깨끗했다. 그런 깨끗한 물에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파도가 쓸려오면 물을 뿌옇게 만들 정도로 모래가 많이 쓸려왔다. 덕분에 이후에 신발을 씻고 또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모래 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는 그런 고생도 추억이 된다. 가지고 온 짐을 풀고, 초등학생 어린아이들은 금방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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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는 카일루아 비치에서 바다 수영에 처음으로 눈을 떴다. 불과 3개월 전에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바다의 물고기 좀 보라고 해도 그렇게 떼를 쓰면서 싫어하더니 여기서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그땐 역시 스마트폰이 문제였나. 처음에는 물이 무서운 지 들어가기를 주저하더니 아빠가 안고 물에 들어간 뒤에는 계속해서 꺄르륵 하며 좋아했다. 파도가 가끔씩 조금 높게 들어올 때가 있어 그럴 땐 소금물을 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좋다고 계속해서 물에서 놀던 걸 보면 얼마나 좋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


"수인아 이제 나가자."

(도리도리 하며) "아아아아아앙"

(강제로 끌어안고) "자, 이제 나가서 씻고 가자. 알았지?"

(엄청 발버둥을 치며) "후애애애앵"


30분 조금 넘게 놀았을까, 분명히 입술이 파래서 추워 보이는데도 수인이는 나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억지로 끌고 나와 차가운 물에 간단히 씻기고 추울까 봐 수건으로 덮어줄 때까지도 계속 울던 우리 딸. 결국 한참 뒤에야 울음을 그쳤다. 아빠와 엄마는 수영을 그리 못 하는데 앞으로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당장 이렇게 즐겁게 노니까 다행이기도 하고, 그런 조금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사진 2017. 1. 28. 오전 10 14 03.jpg "아빠, 여기가 바다인가요. 너무너무 좋아요!"


수인이의 바다 사랑은 그다음 날 방문한 하나우마베이까지 이어졌다.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꼭 간다는 그곳, 하지만 주차장이 제한적이기에 무조건 빨리 가야 하는 곳. 우리 역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약 7시 30분경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에는 성공했지만 그 시간인데도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놀랐다. 입장료를 낸 후 간단한 교육을 받고 해변에 도착하니 아직 햇빛이 널리 퍼지지 않은 상태라 물에 들어가기엔 너무 추워서 한동안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듯 초등학생 조카들은 역시나 금방 물로 들어갔다. 나 역시 함께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조금 춥더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전혀 춥지 않더라. 1월이라는 한겨울, 9시도 안 된 아침에 이렇게 수영을 할 수 있다니. 역시 축복받은 날씨다.


그래도 수인이는 한동안 밖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며 있었다. 가만히 보니 모래도 가끔 섞이고 그러던데 씹기에 괜찮았을까. 그것 때문에 탈이 나거나 그러진 않았으니 다행이었다만. 그러다가 곧 엄마와 함께 물가에 앉아 돌멩이 던지기 놀이를 시작했다. 30분 넘게 그 놀이를 했다. 아이들의 끈기는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해가 점점 뜨면서 따뜻해지자 물속으로까지 들어가서 물고기를 구경했다. "우워어어 우워어어" 하는 감탄은 역시나 따라붙었다. 우리 딸은 감탄 왕이다. 말은 못 하면서 감탄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하니.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이 일품이다.


하나우마베이가 특별히 더 좋았던 점은 굳이 깊숙하게 안 들어가도 물고기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수인이도 직접 움직이는 물고기를 보며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물은 또 어찌나 깨끗했던지. 카일루아 비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깨끗하고 물고기까지 많으니, 그 뒤로도 갔던 모든 해변을 통틀어서 오아후 섬 최고의 해변은 바로 하나우마베이가 아닐까 싶다. "삼촌, 여기 바다가 최고예요!" 초등학생 조카의 이 외침이 그대로 보여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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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7. 1. 29. 오전 6 06 08.jpg 너무나도 아름다워 할 말을 잊은 채 한참을 바라본 하나우마베이


아직 본격적으로 수영을 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수인이는 하와이에 와서 바다라는 곳에 비로소 눈을 떴다. 이전까지 우리의 여행은 주로 도시와 공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키나와에서 호텔에 딸린 수영장을 그렇게 좋아했던 것을 보면, 게다가 하와이에서는 바다까지 좋아했던 것을 보면 앞으로 물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역시 사람들이 휴양지를 그렇게 많이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무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을 축하한다 우리 딸. 비록 아빠 엄마는 수영을 못 하지만 네가 좋다면 함께 열심히 즐겨줄게. 한없이 작기만 하던 아이가 이렇게 바다까지 알게 되다니. 어느새 우리 딸이 정말 많이 컸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시간은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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