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함께 오아후 섬 자유 여행하기
어른 10명, 초등학생 4명, 26개월 아이 1명, 15개월 아이 1명. 총 16명이 함께 4박 6일 일정으로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자유 여행으로. 출발하기 얼마 전까지도 과연 이렇게 대가족이 하와이에 무사히 다녀오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이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마쳤다. 참 힘들었지만 매우 소중했던,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사상 최고 난이도의 여행 준비
혼자서도 수많은 여행을 다녀왔고, 수인이가 태어난 뒤에는 아이와 함께 여러 곳을 또 다녀왔지만 이렇게 대규모가 이렇게나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16명은 예산 자체가 어마어마해서 카드 하나로 결제하기도 힘들었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 한 끼 먹을 수 없는 그런 규모였다. 게다가 하와이는 미국이라 ESTA 신청까지 해야 했고, 우리 딸을 포함해서 유아도 2명이 있기에 그 아이들까지 고려해야 했다. 솔직히 지쳐서 다 포기하고 싶은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내 일상의 일도 있는데 그 틈틈이 이런 대규모 여행을 준비해야 하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모든 준비를 다 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준비의 시작은 항공권이었다. 설 연휴에 다녀온 거라 어차피 모두 비쌌고, 그중에서 시간과 가격만 고려해서 고르면 됐다. 그다음은 호텔. 하와이는 호텔값이 상당히 비싸고 많아서 고르는데 상당히 어려웠다. 아이가 있으므로 간단한 취사도 가능한 호텔을 골라야 하고, 이동은 가능한 적어야 했다. 다음은 렌터카. 와이키키 쪽 호텔들은 숙박을 해도 주차비를 꼬박꼬박 받았다. 때문에 많은 차량을 빌리면 주차비도 무시 못하기에 최대한 적은 수의 차량으로 다니기로 했다. 동시에 어린아이 2명을 위해 카시트도 생각해야 했다. 아무래도 카시트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마련이니까. 그렇게 해서 16장의 항공권, 5개의 호텔방, 3대의 차량(미니밴 1대/세단 2대)이 준비됐다. 이 정보를 가지고 진행했던 ESTA 16인 신청은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 준비는 일정. 평소에 여행을 다니면서 일정을 빡빡하게 다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16명을 고려하면 언제 어디서 밥을 먹을지까지 다 결정해야 했다. 주요 일정을 리스트업 하고, 코스를 짜고, 중간중간에 식당들을 배치하기 위해 오아후 섬의 수많은 레스토랑들을 사진까지 찾아가며 엄청 꼼꼼하게 찾아봤던 것 같다. 너무 시끄러운 분위기는 아닌지, 16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지, 어린아이 2명이 앉을 아기의자는 있는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 체크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곳은 직접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서 예약해야 했다. 거기다가 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한식당까지 중간에 적절히 배치해야 하는 상황. 이 일정 부분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지 않았나 싶다. 다시 하라고 한다면 일정 때문에라도 절대 다시 하지 않을 거다.
어려웠던 장거리 비행
하와이의 호놀룰루 공항까지는 갈 때 9시간 정도, 올 때 10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다. 수인이가 10개월 조금 넘었을 때 약 11시간이 걸리는 독일도 다녀왔으니 수월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더 힘들었다. 그때는 잠도 잘 자고, 항공사에서 제공한 배시넷에 잘 놀았고, 가끔씩 안고 돌아다니는 정도였다. 하지만 두 돌이 지난 수인이는 본인의 의지가 강해져 있었다. 성인처럼 비행기의 스크린을 보면서 혼자 시간을 보낼 나이는 아니고, 많이 돌아다니고 싶은데 좁은 이코노미 클래스는 좁고 하니까 답답할 수밖에. 안고 돌아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자꾸 유혹하며 달랠 수밖에 없었다. 갈 때는 저녁 늦게 비행을 시작 한터라 곧 조금 자기라도 했지만 올 때는 오전에 비행을 시작 한터라 거의 잠도 자지 않고 힘들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스마트폰도 지겨워하는 걸 보면 수인이가 지겹긴 지겨웠나 보다. 하긴, 어른도 힘든데 아이는 오죽할까.
우리 가족의 아이들 말고도 예상외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에는 어린아이가 많았다. 특히 갈 때는 한 아이가 시종일관 울어서 결국 잠깐 잠에 들었던 수인이도 잠에서 깨고 말았다. 어찌나 울던지 처음에는 좀 안쓰러웠지만 나중에는 솔직히 짜증까지 났다. 덕분에 우리 수인이는 갈 때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도착해서도 컨디션 조절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 아이만 잘 있다고 해서 쉽지 않은 것이 장거리 비행이다.
아이와 함께 장거리 비행은 처음엔 굉장히 두렵다.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또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 생긴다. 그래도 역시 해보면 여유가 생긴다. 어려움이 생겨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든 경험해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다시 오기 힘들 소중했던 시간
준비할 때는 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녀오고 나니 6일간의 하와이 여행이 정말 소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가족이 이렇게 함께 멀리 여행을 가는 시간을 과연 언제 다시 가질 수 있을까. 부모님들의 연세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시간은 맞추려고 해도 여러 사정들 때문에 어려울 거다. 생각해보면 16명 모두가 이렇게 시간을 냈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장난처럼 "하와이 한 번 갑시다!" 했던 말이 현실로 될 줄이야. 이 정도면 내 인생의 도전 중 하나로 기록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와이 여행에서 찍은 많은 가족사진들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함께한다'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낀 여행이었다.
서울에서 광양 까지라는 물리적인 거리가 부담이 되어 수시로 가지 못했기에 수인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렇게 친하지는 못했다. 영상통화와 같은 신문물이 채워줄 수 없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유대감이 있는데 수인이는 아빠 쪽 식구들과 그런 것이 좀 부족했다. 그런데 이번 가족여행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덕분에 수인이와 다른 가족들이 한결 친해진 느낌이다. 하와이에 다녀온 이후 전보다 낯도 덜 가리고, 본인보다 어린 사촌동생과도 잘 지내는 것을 보면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진 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아래의 세 장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예쁘게 웃으며 찍은 2장, 그리고 사촌동생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노는 사진 1장. 예전에는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형제가 없어 늘 아빠 엄마와만 지내는 우리 딸, 세상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점을 가족들로부터 배웠으면 좋겠다.
이제 어엿한 여행 전문가라고 해도 될 수인이는 하와이에서도 마치 한국에서 마냥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아빠 엄마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멋진 것을 보면 "어, 어"하면서 뱃속에서부터 우러나온 감탄사를 내뱉고, 잠도 잘 자고, 새로운 것을 보면 이제 만져볼 줄도 아는 우리 딸. 어른과 다르게 아이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커간다. 독일에서의 수인이와 하와이에서의 수인이는 같은 사람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이 시기의 수인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다시는 오지 않으리. 그래서 더 특별하고 소중했다.
"내년에 수인이 데리고 또 오자. 너무 좋다."
만약 지금의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내년인 2018년에 다시 한 달간의 안식 휴가가 나온다. 우리는 자연스레 그 안식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와이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지만 16명이라는 대규모 인원 때문에 생기는 제한이 여러모로 있다 보니까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부디 우리의 바람이 꼭 현실로 되기를 바란다.
가족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가족여행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짜증 나는 일도 있었고, 우리끼리만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가족여행은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실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 기회를 놓친다면 언젠가 꼭 후회하는 날이 온다. 앞으로 또 언제 이런 가족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난관이 있더라도 그때도 꼭 다시 과감하게 실행해야겠다. 물론 준비는 내가 말고. 아무리 좋아도 그건 다시 하기 싫다. (패키지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 덧, 이것저것 비교하며 힘들게 선택했던 호텔이 정말 좋아서 다행이었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참 좋았고, 무료 와이파이도 훌륭했으며, 실내에 간단한 주방이 다 있어서 편리했고, 그 무엇보다도 위치가 환상적이었다. 1층에는 유명한 무수비 카페가 있어서 아침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작은 길만 건너면 테이크아웃 한식집도 있었음은 물론, 가까이 ABC 스토어도 있어서 주변 편의시설 면에서도 좋았던 호텔. 다시 하와이에 간다 해도 또 묵으리.
Aqua Pacific Mon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