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평창
평창으로 1박 2일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원영이의 첫 여행이다. 넷이 된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첫 여행이기도 하다. 수인이는 첫 여행이 제주도였고, 원영이는 평창. 내 첫 여행이 어디였는지는 전혀 기억을 못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처음을 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아빠에게 감사해라, 알았지? 언제나처럼 처음은 특별하니까. 비록 기억은 못하겠지만 나중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겠지.
약 2년 전에 수인이와 함께 평창에 갔는데 반쪽짜리였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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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동일한 숙소, 동일한 계획이었는데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원영이가 태어났다는 큰 변화뿐 아니라 수인이 역시 굉장히 많이 컸음을 이번에 실감했다.
"수인아 여기 너 전에 와서 케이블카 타고 그랬어. 기억나?"
"애기 때에?"
과거 일을 물어보면 항상 이렇게 되묻는 우리 딸. 지금도 애기면서 마치 애기가 아니라는 듯이. 그래서 귀엽다. 이제는 말도 잘하고, 자기가 싫으면 삐져서 말 안 할 줄도 알고, 워터파크에서도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케이블카도 전혀 울지 않고 잘 타고, 어딜 가든 잘 따라다니는 우리 이쁜 딸. 덕분에 걱정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첫 여행을 다녀왔다. 2년 전엔 왜 그렇게 울었니. 아무튼 고맙다 수인아. 이번 여행 덕분에 앞으로도 넷이서 잘 다닐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수인이는 물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지를 평창으로 정한 것이기도 하다. 휘닉스파크 워터파크 패키지가 마침 매우 저렴하게 나왔는데, 블루 캐니언 워터파크는 전에도 왔었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물도 좋아서 확실히 다른 워터파크보다 훨씬 좋았던 기억이 있기에 망설이지 않고 결제를 했다. 워터파크에 간다고 들떠서 그런가 며칠 전부터 수인이는 말도 굉장히 잘 듣고 착한 아이로 바뀌었다.
"엄마, 여권 들고 비행기 타고 가요?"
이렇게 물어보기에 살짝 당황하긴 했다. 생각해보니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수인이가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한 게 작년 5월의 괌이었다. 확실히 어려서부터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공항, 비행기를 참 좋아하는 우리 딸.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맞다.
워터파크에 가선 역시나 엄청나게 잘 놀았다. 이렇게 잘 노는데 그동안 한 번도 안 데리고 왔다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 미끄럼틀은 과장 없이 50번 이상은 탄 것 같고, 얼마나 잘 노는지 배고플 텐데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자고 해도 거절하고 계속 놀았다. 집에 가는 거 아니라고, 먹고 나서 또 놀면 된다고 설득해서 간신히 식당 코너로 갔는데 여기서도 깜짝 놀란 게 수인이가 어묵을 먹었다! 전에는 어디 놀러 가면 절대 다른 거 먹지 않던 입 짧은 우리 딸이었는데 이제는 어묵도 굉장히 잘 먹네. 대견한 것. 여기서 또 많이 컸다는 것을 실감했다. 잘 먹고 잘 놀아서 다행이다.
원영이에게는 평창이 첫 여행이자 첫 물놀이였다. 혹시 엄청 울거나 해서 제대로 시간을 못 보낼까 걱정하긴 했지만 중간에 잠도 잘 자고 따뜻한 물에서도 몸 잘 담그고 있어서 생각보단 훨씬 수월했다. 씻을 때 내내 엄청 울어서 엄마가 제대로 씻지도 못한 건 옥에 티. 뭐 나아지겠지. 워터파크는 역시 즐겁다.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둘째 날엔 주로 산책을 했다. 관광 곤돌라 타고 휘닉스파크의 꼭대기에도 올라가 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도 걷고, 맛있는 산채비빔밥도 먹고. 수인이도 두부와 밥을 먹으며 거들었다. 올해 3월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는데 거기에 간 뒤로 확실히 먹는 걸 잘 먹게 됐다. 이게 어린이집의 효과인지 아니면 더 커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다행인 일이다. 이제 어디 가면 성인과 동일하게 한몫하게 된 우리 딸. 장하다.
혹시 원영이가 아프진 않을까 일정 내내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원영이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다행이다. 때로는 아기띠에, 때로는 유모차에, 때로는 자동차로 이동에, 모든 것을 잘 해낸 우리 아들. 얘도 여행 체질인 걸까? 전나무 숲길에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고 조금 더 건강해졌기를 바란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는 다람쥐가 많았다. 신기하게 사람이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가도 도망가지 않더라. 보통 근처에만 가도 휙 하고 달아나버리는 게 다람쥐인데. 덕분에 수인이가 굉장한 구경을 했다. 여행을 마치고 어린이집에 가서 주말 동안에 뭐 했냐는 질문에 수인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평창에 가서 워터파크도 가고, 케이블카도 타고, 다람쥐도 봤어요!"
수인이에게는 다람쥐가 그만큼 인상 깊은 기억이었나 보다. 하긴 아빠 엄마도 쉽게 보기 힘든 희귀한 귀여움이었으니까. 예상 못한 이런 즐거움이 있어서 더 좋았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더욱 좋아졌던 부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내소사 전나무 숲길에는 못하지만 그래도 거기보다 훨씬 사람이 적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무사히 다녀온 첫 여행 덕분에 원영이까지 포함한 우리 가족의 첫 가족사진이 남았다. 바라볼수록 왠지 흐뭇한 우리의 가족사진. 건강하게 다닐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누구라도 이런 감사 인사를 받아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다닐 수 있게 해 주세요. 수인아, 원영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