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로 SOVAC 2022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Social Value Connect의 약자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 투자사, 사회적 기업 등이 모여서 진행하는 일종의 컨퍼런스다. 2019년에 처음 개최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못 하다가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것이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비대면이 활성화된다 해도 이렇게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해야 더 기억에 남고 의미가 있는 건 확실하다. 아직 기술이 그만큼 발달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별다른 소속도 없이 개인 참가자로 참가비를 적당히 냈다. 모든 참가비는 결식아동을 위해 기부가 된다고 했다. 진짜 그런 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믿는 거다. 그렇게 하겠지, 그런 것조차 믿지 못하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어. 그래도 덕분에 참가비 내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본인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환경 문제(특히 플라스틱), 지역 상생 문제, 아이들 문제, 소외 계층 문제, 각종 협력 문제 등 주제도 정말 다양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힘이 났다. 여기에 나온 곳들 중 몇 년 후까지 남을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지, 다들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은 얼마나 될지, 그리고 낭만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겪는 문제점들은 또 얼마나 많을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긴 하지만(늙었나 보다…) 그런 생각은 금세 지워버리고 일개 관람객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즐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해야 하는 건 그들을 응원하는 것일 게다. 어쨌든 무언가를 결고 열심히 하고 있는 건 그들이니까.
이런 행사에 오면 그 주제가 뭐냐, 성과가 어떤가를 떠나 괜히 힘이 난다. 각자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스태프들과 참가자들을 보면 괜히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의지도 더 생긴다. 어차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내용은 한 두 가지다. 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게 좋다.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괜히 힘을 얻는다. 아이디어보다도, 계획보다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누가 하는가 라는 것을 날이 갈수록 깨닫는 요즘이다.
문득 <바쿠만>이라는 만화가 생각났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항상 그 만화가 생각난다. 내가 만화를 그릴 능력도 없지만 그 당시에 그 만화를 보면서 다른 분야라도 나도 더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다만 그 결심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건 함정. 그래서 수시로 새롭게 힘을 얻어야 한다.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지만 동시에 그 나약함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자극이 될만한 이런 행사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참여하고자 한다. 내 삶의 의지에 가끔씩 연료를 채워줘야지.
SOVAC 2025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참여해서 3년 동안 이렇게 많은 결과를 냈다고 열심히 홍보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걸 봤으면 좋겠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시대, 해결의 첫걸음은 결국 관심이다. 가장 좋지 않은 건 악플이 아닌 무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