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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격감성허세남 Sep 28. 2022

에스프레소 온 더 락


여의도에서 밥을 먹고 나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기에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아서 갔더니 특이한 메뉴가 있었다. '에스프레소 온 더 락'. 위스키도 아니고 온 더 락이라고? 호기심에 주문했더니 정말 에스프레소에 얼음 몇 개가 나왔고, 탄산수도 함께 나왔다.


"이건 왜 주는 거예요?"

"아, 마시기 전에 입 씻고 마신 후에도 깔끔하게 입 헹구기 위한 탄산수입니다."


저런 배려라니. 점심으로 만두국을 먹고 온 터라 마침 더 반가웠다.


커피빈에 가면 늘 마시는 게 아이스 에스프레소인데, 그건 사실 에스프레소라기보단 굉장히 진한 아메리카노 느낌인데, 이건 정말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였다.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묵직한 느낌과 입에 가득 남는 향긋한 커피 향. 이 집 제대로네! 여러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 느낌의 3잔 세트도 있던데 다음에는 그것도 마셔봐야겠다. 맛있는 커피로 시작하는 오후는 그것 만으로도 이미 멋진 오후 예약이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신 건 싸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카페에 갔는데 다른 건 너무 비싸고 제일 싼 게 에스프레소길래 일단 시켜봤었다. 이윽고 커피가 나왔을 때 느낀 황당함이란. 굉장히 작은 잔에 나온 것에 놀랐고, 그 맛이 너무나도 써서 또 놀랐다. 그런데 왜인지 이후에 은근 생각나더라. 그러다 보니 몇 번 사 먹게 되고, 에스프레소 마니아가 되었다. 인연은 갑자기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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